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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음모론에 심취한 트럼프 지지자, 미 국회의사당을 습격하다

등록 2023-01-05 18:28수정 2023-01-05 18:44

[나는 역사다] 제이크 앤절리(1988~)

본명은 제이컵 앤절리 챈슬리다. 2005년 미 해군에 입대했는데, 2년 만에 군에서 나와야 했다. 탄저균 백신 접종을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곧 온갖 음모론에 빠져들었고, 제이크 앤절리라는 필명을 썼다.

특히 큐어논(QAnon)의 주장에 심취했다. 큐어논이란 ‘익명의 제보자 큐’라는 뜻. 큐는 정부의 고위인사인 척 거짓말하며 황당한 주장을 폈다.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라면 웃어넘길 만한 허황된 내용이 많았다. 그러나 앤절리는 굳게 믿었다. “큐가 나를 보내셨다”고 쓴 팻말을 들고, 웃통을 벗고 쇠뿔 달린 털가죽 모자를 써 샤먼처럼 꾸민 채 극우 집회에 나갔다. ‘큐샤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M) 운동에 맞불집회를 했고, 기후위기를 다른 인종 탓으로 돌리는 극우 에코파시스트 집회도 갔다.

큐어논을 믿는 사람 대부분이 그러하듯, 제이크 앤절리는 도널드 트럼프 열혈 지지자였다. 트럼프는 2020년 미국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부정선거”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2021년 1월6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난입했다. 이날 가장 눈에 띈 사람이 제이크 앤절리였다. 샤먼 차림새로 미국 의사당을 활보하던 모습이 우리 기억에 생생하다.

며칠 뒤 자수했지만, 구치소에서 식사를 거부해 다시 화제가 됐다. 유기농 음식 아니면 먹지 않는다나. 에코파시즘 활동의 영향이었을까? 아무려나 41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지금도 감옥에 있다.

2021년 이 사건을 겪으며 큐어논의 영향력이 미국 사회에서 한풀 꺾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큐어논의 음모론을 믿고 자기 가족을 살해한 미국인 뉴스가 요즘도 끊이지 않는다. 얼마 전부터는 음모론이 세계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캐나다와 프랑스와 일본에서도 큐어논 음모론이 백신 반대 운동과 결합해 뉴스가 됐다. 애틀랜타 한인뉴스에 따르면 “미주 한인 가운데도 (…) 특히 우파 성향의 기독교인 가운데 큐어논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 유독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고 한다. 큐어논의 음모론이 한국 사회에 수입되는 일은 시간문제 같다. 곧 한국의 제이크 앤절리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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