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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산하의 청개구리] 전기사용 최대기록의 의미

등록 2023-01-08 18:36수정 2023-01-08 19:33

지난 12월30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 관계자가 전자식전력량계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월30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 관계자가 전자식전력량계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산하 |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대단한 소식을 별 것 아닌 것처럼 전달하면 실제로 대단치 않게 들리고, 소소한 일을 정색하고 극적으로 표현하면 엄청난 일처럼 들린다. 그런데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얘기는 또 달라진다. 듣는 쪽의 반응에 따라 말하는 쪽의 생각이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

날씨와 기후, 특히 이에 대한 에너지 사용에 관한 우리사회가 주고받는 이야기의 양상을 보면 이에 해당된다. 그중에서도 한 가지 유형에 일관되게 말이다. 즉, 말하는 쪽도 별 것 아닌 것처럼 말하고, 듣는 쪽도 별 심각성 없이 받아들이는 상황이 현재 우리 사회 에너지사용 담론의 구도이다.

이번 겨울에 일어난 전기사용량 역대 최대치 경신 사건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많은 전기를 사용한 날이 불과 며칠 전이었는데도 거의 알려지지도 않은 이 현실. 이것이야말로 이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그대로 증명하는 셈이다.

지난 12월22일, 최대 전력 수요는 오후 5시 기준으로 9만2999㎿를 기록했다고 산업통상자원부는 발표했다. 사실 이보다 하루 전에 또 하나의 기록이 발생했었다. 겨울철 전력 수요 최고치가 12월21일에 9만2698㎿를 찍으면서 역대 겨울 기록이었던 9만171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즉, 역대 기록과 역대 겨울철 기록을 모두 갱신한 것이다. 전기사용량 새 기록이 무슨 대수인가? 너무나 예상되는 바로 이 반응이, 그리고 이번 기록을 무덤덤하게 보도한 언론의 태도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 기록이 여름이 아닌 겨울에 발생한 점이다. 생각해보라. 여름철의 냉방은 거의 전적으로 전기에 의존한다. 하지만 겨울철의 난방은 아니다. 전기 못지 않게 가스도 중요하다. 여기에 실내등유, 목재 등도 난방에 일부 사용된다. 실제로 국내 도시가스 사용량은 2021년 기준 249억8천만㎥이었고, 목재펠릿은 2018년에 320만 톤이 공급되기도 했다. 즉, 난방에 사용되는 다른 에너지원 다 빼고 오직 전기만으로 이번 신기록이 달성되었다는 점이 중요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가스비 상승도 기여했지만, 실제 요금은 서울 평균 월 5400원 오른 수준이다. 즉, 가스에서 전기로 넘어온 부분도 있지만, 겨울철 전기 사용량 자체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전기와 다른 연료의 에너지 사용의 총합이 얼마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전기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것만으로 얼마나 많은 양의 에너지를 우리가 쓰고 있는 것인지 가늠할 수 있다.

물론 일일 최대치가 전부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기록의 순위는 결코 우연이 아니며 사회의 추이를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 냉방은 거의 전기, 난방은 전기+α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동안 전력 사용 최고기록은 늘 여름에 나타났다. 원래의 최고치는 2022년 7월의 9만2990㎿, 다음으로는 2018년 7월의 9만2478㎿였다. 전기사용량과 예비율 걱정은 통상 여름철의 일이었지만, 이제는 겨울철의 일이 되었을 뿐 아니라 아예 역대 1위를 차지했다.

이번 12월 ‘기록적인 강추위’도 또 하나의 이유로 등장했다. 하지만 서울지역 기온이 –18.6℃까지 떨어지며 2000년대 이후 최저 기온을 나타낸 지난해 1월 수준의 추위는 분명 아니었다. 만약 지금 그런 ‘역대급’ 추위가 닥치면 또 얼마나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모하며 기록을 갈아치울지 쉬이 상상이 간다. 본격적인 기후위기에 진입한 이 시대에, 에너지사용량을 팍팍 줄여도 시원찮은 이 시점에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겨울철 전기 사용 최고기록은 지금이라도 다시금 그 의미를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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