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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로버트 파우저, 사회의 언어] 고령 대선후보들의 등장, 이를 대하는 언론의 자세

등록 2023-03-15 18:42수정 2023-03-16 12:36

지난달 10일(현지시각) 조 바이든(80·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7·왼쪽) 브라질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담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지난달 10일(현지시각) 조 바이든(80·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7·왼쪽) 브라질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담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로버트 파우저 | 언어학자

봄이 오니 미국 대통령 선거 관련 뉴스가 부쩍 늘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내년으로 다가왔는데, 보통 대선 전해 봄에는 민주당과 공화당에서 대통령 후보 경선 출마자들이 나서기 때문이다. 재선을 바라보는 대통령이 속한 여당은 경선에 나서는 후보가 적거나 아예 없기도 하지만, 야당은 후보들이 여러 명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2024년 대선을 앞둔 올해는 이전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미 지난해 11월 출마를 선언한 공화당은 2016년에도 야당이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경선에 나서는 후보도 적고, 속도도 늦은 편이다. 여론조사로는 트럼프가 앞서지만 압도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출마를 희망하는 이들이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트럼프 지지율이 약세로 돌아서면 기회를 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후보 난립으로 표가 분산돼 트럼프가 후보로 지명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대로 트럼프가 1위를 지켜나가면 2028년 선거를 기대하며 이번에는 출마를 포기할 이들이 많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은 어떨까. 상황이 다소 독특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조만간 재선 출마 선언을 할 거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재선 포기 가능성도 소문으로 있긴 하다. 나이 때문이다. 그는 내년에 81세가 된다. 재선에 성공하면 2025년 초 취임할 때는 82세, 임기를 마칠 때는 86세가 된다. 재선을 포기한다면 민주당 경선은 치열하게 진행될 것이다.

정치적으로 보면 2024년 미국 대선의 가장 큰 관심사는 트럼프 당선 여부겠지만, 표면적으로 가장 뜨거울 이슈는 바로 ‘나이’다. 바이든뿐 아니라 현재 76세인 트럼프의 나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바이든보다 약 3년 반 정도 젊긴 하지만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하면 고령에 속한다. 공화당 경선 출마 후보자들 입에서 바이든의 나이가 아닌 세대교체 주장이 나오는 것도 트럼프의 나이 때문이다.

2020년 대선은 팬데믹 와중에 치러졌고, 바이든도 트럼프도 지금보다 젊었다. 나이 이야기가 안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처럼 예민한 주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에 대한 우려가 부쩍 늘었고, 언급하는 이들은 훨씬 더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곤 한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단순한 사실로 짧게 다루곤 했다면 이제는 훨씬 더 복잡하게 설명할 수밖에 없다. 나이 문제를 자꾸 언급하면 자칫 노인차별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80세가 되면 몸도 정신도 약해진다는 보편적인 인식이 있으니 다루지 않을 수도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1935년 도입한 미국 ‘사회보험’ 연금 수령은 65세부터였다. 그 당시 미국인의 기대 수명은 60세였다. 그 이후 오늘날까지 미국 사회에서 65세 이상은 ‘고령자’다. 하지만 2020년 기대 수명은 79세로 늘어났다. 숫자로만 따지면 오늘날의 84세는 1930년대 기준으로 보면 65세인 셈이다. 그렇게 보자면 바이든 대통령처럼 70대는 물론 80대가 돼서도 일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일할 수 있다. 그렇지만 대통령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선거 국면에서 나이는 단순히 숫자가 아니다. 사회적 의미와 기대를 과연 충족할 수 있느냐의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다.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자리이다 보니 나이 많은 대통령에 대한 우려는 자연스럽다. 나이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안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다음 대선 국면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해 나이 많은 후보들에 대해 언론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이번 선거만이 아니라 앞으로 치를 모든 선거에서 후보들의 나이를 둘러싼 문제를 어떤 식으로 다뤄야 할까. 가장 바람직한 태도는 설령 고령이라 할지라도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그 가능성에 대해 섣부른 예측을 하기보다 후보들이 쌓아온 그동안의 업적이나 정책과 비전에 주목하는 것이다. 만약 나이로 인한 건강 문제가 생긴다면 당사자는 자연스럽게 후보에서 사퇴할 것이고, 사퇴하지 않더라도 시민들이 알아서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선에 나선 후보들의 나이가 점차 사회 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노인차별을 더욱더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 매사 언론은 주의할 일이 많지만, 이번 미국 대선을 앞둔 이 시점에서 나이는 매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단어가 될 전망이다. 언론은 과연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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