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 심사를 위한 전원위원회 첫 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편집국에서] 황준범 | 정치부장
오는 10일이면 22대 국회의원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다. 사실상 모든 것을 내년 총선에 맞추고 있는 정치권 시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회 지형을 뒤집지 못하면 입법으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시행령·거부권 통치만 맴돌다 임기를 마칠 가능성이 크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건강한 정부 견제 구실을 했는지 총선을 통해 평가받고, 정권 탈환으로 가는 다리를 놓아야 할 처지다.
1년 뒤 결과를 가늠하긴 어렵다.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올해 1월부터 3월 말까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각각 30~37%, 33~39% 범위에서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민주당 지지율은 같은 기간 최저 29%, 최고 34% 사이에서 움직였다. 대통령·여당과 야당 어느 한쪽도 뚜렷한 우위를 보이지 못한 채 큰 틀에서 팽팽하게 경합하는 모습이다. 총선까지 남은 기간 민심을 더 끌어당길 여지를 여야 모두 비슷하게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통령 임기 중간에 치르는 총선은 정권 견제·심판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여당에 불리했다. 내년 총선은 윤 대통령이 임기 5분의 2를 채우는 시점에 치르기에 유권자 처지에서는 평가할 근거들도 지금보다 많이 쌓일 것이다. 여권에서는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윤 대통령을 비롯한 주류가 총력전을 폈는데도 ‘친윤’ 김기현 대표를 찍지 않은 당원 비율이 47%에 이른다는 점을 들어, 당원들 사이에서조차 ‘윤석열 거부’ 정서가 상당하다는 점에 주목하는 이들이 있다. 중도·무당층의 마음은 더 싸늘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민주당에 유리하다고 볼 수도 없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4년차이던 2020년 총선에서 수도권에서만 전체 121석 중 103석을 차지하는 등 전국에서 180석(더불어시민당 포함)을 건지며 압승했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긍정 평가와 지지 여론이 정권심판론을 압도한 이례적 결과였다. 하지만 내년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지난 총선과 같은 성적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여당은 ‘거대 야당의 횡포와 발목 잡기 때문에 제대로 일할 수 없었다’고 호소할 것이다.
여당의 최대 리스크는 윤 대통령이다. 지난 1년 동안 국민은 윤 대통령이 어떤 인물인지 알게 됐다. 가까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해법과 한-일 정상회담, 외교·안보 분야 핵심 참모들 전격 경질, 주 69시간 근무제 논란이 있고, 그보다 앞서 여러 정책 혼선과 문제 있는 발언들, 노골적 당무 개입 등이 있었다. 윤 대통령은 통합이나 포용과는 거리가 멀고, 쓴소리를 싫어하고, 국민에게 자세를 낮추는 데 인색하다. 국내 인사·정책뿐 아니라 외교·안보 분야 사안에서까지도 검찰 특별수사하듯 정면돌파 방식으로 ‘화끈하게’ 접근하려 한다.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국회에서 중앙선관위 직원을 과하게 호통치고, 김재원 최고위원이 “전광훈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했다”고 추어올리는 모습 등은 자기중심적 세계에 빠져 있는 여권의 단면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이재명 대선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한 뒤 곧장 재보선과 전당대회를 통해 국회의원, 당대표가 된 뒤 지금까지 ‘이재명 방탄’ 프레임을 깨지 못했다. 이 대표의 정치적 생명을 검찰과 법원이 쥔 ‘사법 리스크’도 현실이 됐다. 대통령의 퇴행적 행태가 짙어질수록 제1야당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 대표가 내놓는 대여 메시지는 힘을 잃은 지 오래다. 더이상 이 대표는 ‘사이다’가 아니다. 이 대표가 단단한 리더십을 구축할 수 있을지, 민주당이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있을지 국민은 의구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윤 대통령 취임 뒤 여야 협치는 실종됐고 ‘본회의 직회부’, ‘대통령의 거부권’, ‘국무위원 탄핵’ 같은 비상한 단어들이 법전 밖으로 튀어나와 일상화됐다. 여야는 지난 1년간 윤석열-이재명 대선 2라운드처럼 ‘누가 덜 잘못하나’ 대결을 벌여왔다. 이런 태도와 전략을 바꿔야 총선으로 가는 민심의 흐름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관성을 깨려면 양쪽 모두 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하다. 물가 상승, 고용 불안, 안보 위기 등으로 고달픈 국민 앞에서 언제까지 ‘비호감 경쟁’만 하면서 체념과 냉소만 안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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