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무악기인 설쉐와 대양을 치는 소리가 굿판이 열림을 하늘에 알린다 .
2012년부터 해군기지를 둘러싼 고통과 갈등 상황에서 마을을 지키는 중심이 됐던 제주 강정평화센터가 다시 문을 열면서 지난 12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성주풀이 굿판이 벌어졌다. 성주풀이는 집이나 건물을 수호하는 신을 모시는 굿이다 . 성주신은 청하지 않으면 오지 않는다 . 제주 지역에선 집이나 건물을 다 짓고 나면 적당한 날을 택일해 심방(제주 지역 무당)에게 의뢰해 집안의 무사 안녕과 번창을 기원하며 성주풀이를 한다.
강정평화센터는 강정마을회와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전국대책회의가 공동으로 자금을 조성해 2012 년 5 월 건립됐지만 임대했던 토지가 팔리면서 문을 닫았다 . 그 뒤 강정해군기지 반대 주민회와 시민사회가 모금 활동을 벌여 2019년 현재 자리에 재건립됐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명맥만 유지하다 올해 새롭게 출발을 다짐하며 굿판이 벌어졌다 . 제주에서 굿은 굴곡진 삶을 살아온 제주 사람들의 넋두리이자 다시 또 내일을 살게 하는 희망의 다짐이 된다 . 국가무형문화재 제주큰굿보존회 (회장 서순실 )가 준비한 성주풀이 굿을 통해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갈등의 골이 깊어진 주민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해 본다 .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