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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미국 어느 6살 초등학생의 위대한 등굣길

등록 2023-09-07 18:33수정 2023-09-08 02:37

[나는 역사다] 루비 브리지스 (1954~)

20세기 중반까지 미국 남부의 백인 학교는 흑인 학생을 받지 않았다. 1951년 캔자스주 토피카에 살던 올리버 브라운은 흑인 학생도 백인과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있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1954년 5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브라운의 손을 들어주었다. ‘브라운 대 토피카 교육위원회’ 판결이다.

흑인 학생이 백인 학교에 진학하게 되자 백인 주민들은 반발했다. 1957년 도러시 카운츠가 노스캐롤라이나주 해리하딩고등학교에 등교할 때, 그해 엘리자베스 엑퍼드가 아칸소주 리틀록고등학교에 등교할 때 백인들이 몰려들어 에워싸고 조롱하고 고함질러 겁을 주었다.

브라운 판결이 난 해인 1954년 9월8일에 태어난 루비 브리지스는, 1960년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백인들만 다니던 윌리엄프랜츠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유일한 흑인 학생이었다. 아버지 에이번 브리지스는 전학을 고민했지만 어머니 루실 브리지스는 딸이 이 학교에 다녀야 한다고 고집했다. 흑인의 권리를 위한 투쟁이라고 봤다.

하루하루 등교하는 일이 세상을 바꾸는 싸움이었다. 백인 어른들이 학교 가는 길에 모여들어 여섯살 어린이 루비 브리지스를 겁주었다. 등교 첫날, 백인 선생님들은 한명 빼고 모두 수업을 거부했고 백인 학부모들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어머니와 네명의 연방보안관이 날마다 그를 경호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루비 브리지스는 의연했다.” 루비 브리지스를 경호하던 연방보안관의 회고다. 독살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루비 브리지스는 집에서 먹을 것을 싸와야 했다. 아버지는 직장을 잃었다. 어머니는 단골 상점에서 출입 금지를 당했다. 그래도 루비 브리지스는 꿋꿋이 학교에 갔다.

1964년 미국 화가 노먼 록웰이 꿋꿋이 학교에 가는 루비 브리지스의 모습을 그렸다. 제목은 ‘우리가 안고 사는 문제’. 이 그림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1년에 백악관에 걸었다. 루비 브리지스를 초청해 함께 그림을 보았다. 오바마가 말했다. “당신이 없었다면 나도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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