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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 작은 차이의 나르시시즘

등록 2023-11-08 14:42수정 2023-11-09 02:10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교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지난 2일(현지시각) 가자지구 국경 지역에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쏟아지고 있다. 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교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지난 2일(현지시각) 가자지구 국경 지역에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쏟아지고 있다. AFP 연합뉴스

[크리틱] 정영목|번역가·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격과 그로 인한 참상을 보면서 이것이 프로이트가 말하는 “작은 차이의 나르시시즘”의 예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이것은 영국 인류학자 크롤리의 표현을 차용한 것으로, “사람들 사이에 이질감과 적대감의 기초가 되는 것은 다른 면에서는 같은 사람들 사이의 작은 차이”(‘처녀성이라는 금기’)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래는 남녀 사이의 적대감을 다루던 중에 언급되었지만, 프로이트는 “우리가 보는 모든 인간관계에서 (…) 모든 사람은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강력한 계명과 싸워 이기는 적대감”으로 개념을 확장한다.

프로이트는 사람들이 왜 미세한 차이에 이렇게 민감한지 모르겠다면서도, 이런 맥락에서 “언제든 증오, 근원을 알 수 없는 공격성”(‘집단 심리학과 에고 분석’)을 드러낼 준비가 되어 있음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문명의 불만’에서는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 이런 공격성을 거꾸로 이용하는 방법, 즉 이런 공격적 충동을 “외부자에 대한 적대감이라는 형태”로 배출하는 방법을 지적한다. “외부자를 공격성의 표적으로 밖에 남겨둔다면 아주 많은 사람을 사랑 안에 묶는 것이 늘 가능하다.”

사실 이것은 우리에게 전혀 낯선 현상이 아니다. 애초에 이 개념의 출발점이었던 둘의 관계도 그렇고, 가족만 해도 주변을 적대함으로써 가족 안의 사랑을 공고히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심지어 가족 내에서도 외부자를 만들어 남은 가족 간의 유대를 강화하기도 한다. 물론 사회집단에서도 이런 분열과 적대를 매개로 자기 세력의 결속을 굳히는 데 유능한 사람들을 우리는 만나게 되는데, 이들이 조직에서 지도적 위치에 앉게 되었을 때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드물 것이고 또 지금도 우리 모두 겪고 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그렇게 외부자를 공격하고 내부자를 묶는 “사랑”이 “나르시시즘”이라는 것이다. 이 또한 사랑이기는 하겠으나 어디까지나 “자기 보존”을 우선시하는 자기애이며, 프로이트에게 이것은 유아가 외부 대상에 대한 사랑으로 나아가기 전에 거치는 단계이고, 성인이 되어 발생한다면 중대한 이상신호가 된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에서 전쟁을 벌이기 전 우리가 들은 소식은 그가 사법을 장악하며 독재를 강화하려 했고 시민의 저항이 커지면서 정권이 위태롭다는 것이었으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하여 자기 보존에 나서면서 덩달아 네타냐후도 자기 보존에 일단 성공했다. 이렇게 되니 네타냐후와 하마스는 서로 죽일 듯이 굴면서도 자기 보존이라는 면에서는 상대에게 의지하는 공생관계라는 느낌마저 드는데, 이는 한반도에 사는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물론 프로이트에게 사랑이 나르시시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굳이 외부를 향한 적대가 아니더라도 “개인들, 그 다음에는 가족, 마침내는 부족, 민족, 나라까지 하나의 거대한 단위, 즉 인류로 함께 묶는” 에로스가 존재한다. 프로이트는 왜 이런 확장이 벌어지는지 모른다며, 필요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게 곧 “문명화 과정”이라고 말한다.

프로이트의 에로스를 통한 이해방식을 받아들이든 아니든 우리는 실제로 “작은 차이”를 넘어서는 확장을 여러번 경험했으며, “작은 차이”를 작다고 여기는 것도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현재 이 땅에서 벌어지는 일을 “나르시시즘”으로 간주할 수 있는 것 또한 그런 큰 사랑의 경험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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