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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우리는 만나야 합니다

등록 2023-12-11 18:28수정 2023-12-12 02:43

12월2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본사에서 열린 ‘휘클리 심화반’ 강의를 듣는 참가자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12월2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본사에서 열린 ‘휘클리 심화반’ 강의를 듣는 참가자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뉴스룸에서] 박현철 | 서비스총괄

제 친구 ㅇ은 페이스북을 다용도로 씁니다. 그는 일주일에 한두번 글이나 사진을 페이스북 담벼락에 올립니다. 그러면 꽤 많은 댓글이 달립니다. 댓글 다수는 이런 내용입니다. “잘 지내죠? 우리 얼굴 한번 볼 때 되지 않았나요?” 그런 댓글 다수에 ㅇ은 댓글을 답니다. “물론이죠. 언제 뵐까요? 날짜 알려주세요.” 그리고 며칠 뒤면 “얼굴 한번 본” 현장의 사진이 올라옵니다.

페이스북을 참 ‘고전적’인 용도로 쓴다고 생각했습니다. 페이스북이 직접 만남의 통로이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이젠 기억조차 희미합니다. 페이스북 소통이 늘면 늘수록 직접 만남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엑스로 바뀌었죠)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만나고 헤어지는 일도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대체하는 중입니다.

ㅇ 같은 이용자들을 페이스북은 싫어할 겁니다. 최근 책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었습니다.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우리가 페이스북을 열었을 때 어떤 친구가 근처에 있는지, 또는 누가 그 주에 한잔하거나 식사를 하고 싶어 하는지 알려주는 기능을 설계하는 것은 페이스북에겐 무척 쉬운 일일 것이다. (…) 그런데 왜 없는 걸까? (…) 페이스북은 우리가 화면으로 페이스북을 들여다보는 시간만큼 돈을 벌며, 우리가 화면을 내려놓을 때마다 돈을 잃는다.” 책은 코로나 팬데믹이 “플랫폼과 화면이 우리의 모든 관계를 매개하는 과정을 초고속으로” 진행시켰다고 말합니다.

한겨레가 만든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는 2021년 1월 태어났습니다. 코로나 유행하고 1년의 시간이 흘러 전세계 누적 확진자가 1억명을 넘던 때였습니다. 초고속으로 비대면이 일상으로 자리잡던 때였지만, 휘클리는 대면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당시 휘클리 제작자들(저도 그중 한명입니다)이 공유하던 노트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만나자, 휘클러’ ‘사람 사이를 잇는다, 뉴스로’. 원래 뉴스의 본질은 그런 것이다. 사람들을 이어주는 것. 그렇게 해서 공중을 만들어내는 게 뉴스의 본질.”

휘클리 심화반 론칭 기념 떡.
휘클리 심화반 론칭 기념 떡.

휘클리 탄생 3주년을 한달 앞둔 지난 12월2일 드디어 휘클러(휘클리 독자들을 이렇게 부릅니다)들을 만났습니다. 오랜 소망이었던 만큼 얼굴 한번 보는 걸론 부족할 것 같았습니다. 토요일 오후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들인 시간이 아깝지 않아야 했습니다. 뉴스를 통한 만남이어야 했고요. ‘휘클리 심화반’이라 이름 짓고, 1·2교시를 준비했습니다. 1교시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유대인 문제를 오랫동안 취재한 기자의 특강이었습니다. 휘클러 개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골라 들을 수 있는 2교시도 준비했습니다.

물론 참가비도 받았습니다. 큰 이윤을 남길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작게나마 ‘지속가능성’을 테스트하는 목적도 있었고, 충실하게 휘클리 심화반을 준비하기 위한 동기 부여도 필요했습니다. 독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이길 바랐습니다. 토요일 오후 2시간 남짓 되는 시간을 더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보낼 명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휘클러 한명 한명을 붙잡고 첫 만남의 감동을 고백하고 싶었습니다. 구독하고 클릭하는 것도 모자라 오프라인 만남까지 나오게 된 이유를 물어보고도 싶었습니다. 하지만 휘클러들의 소중한 시간을 1분 1초라도 허투루 채울 순 없어 참아야 했습니다.

휘클러들도 저처럼 감동했을까요. 100% 확신할 순 없지만, 심화반을 끝낸 휘클러들의 표정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건 제 ‘뇌피셜’이 아니라 참석자들의 소감을 받아본 뒤 내린 결론입니다. 수많은 피드백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이런 강연을 통해서 살아남았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입니다. 이런 강연을 통해 스스로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자’는 건지, 이런 강연을 통해 ‘휘클리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는 건지, 정확히 알 순 없습니다. 어느 것이어도 괜찮습니다. 둘 다 한겨레가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이유입니다.

휘클리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뉴스의 본질에 계속 충실하고자 합니다. 휘클러와 휘클러가 만나는 장이 되면 더 좋겠습니다. 새해에도 매달 한번 이상 심화반을 열 계획입니다. 포털 검색창에 ‘휘클리’를 입력하시면 우리는 만날 수 있습니다.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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