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5일 샌프란시스코 인근 회담장 건물 현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우드사이드/로이터 연합뉴스
[세계의 창] 왕신셴 | 대만 국립정치대학 동아연구소 소장
미-중 관계는 올해 두가지 중요한 전환점이 있었다. 하나는 1월 초 발생한 ‘스파이 기구’ 사건으로, 양국 관계를 급랭시켰다. 다른 하나는 지난달 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이다. 이를 통해 양국의 긴장이 다소 완화됐지만 양국 간 경쟁이 개선되는 데까지 이르진 않았다. 중국이 ‘발리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길’이라고 비유한 이 만남은 ‘각자 필요한 것을 취하고, 추락을 멈추고 안정을 되찾으며, 싸우되 파괴하지 않지만 개선하기 어려운 주제를 남긴’ 회담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베이징이 ‘필요한 것’은 미국과 동등하다는 이미지를 만들고, 회담 장소와 형식에서 시진핑이 다른 국가 지도자들보다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는 현재 중국 공산당이 내부 정치권력 분배와 경기 침체, 포스트코로나 부작용 문제 등에 처한 상황에서, 중요한 대내 선전 거리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양국 간 군사적 충돌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깊이 관여하고 있어 추가적인 전쟁 위험을 감당할 수 없다. 또 대선을 앞둔 바이든 행정부는 자국민에게 그들이 세계질서를 통제하고 국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줘야 했다.
둘째, 미국으로선 미-중 간 경쟁은 가능하지만 갈등으로 번져서는 안 된다. 시진핑도 회담에서 ‘충돌과 대결의 결과를 누구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그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이른바 ‘5개 기둥’과 구체적인 협력 과제 등 합의로 이어졌다.
그러나 대만 문제와 과학기술 통제 문제 등 두 핵심 주제에 관해서는 각자의 얘기를 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진핑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깊이 있게 주장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양국이 이 문제에 어떤 합의도 이루지 못했음을 뜻한다.
미국이 회의에서 ‘중국이 2027년 혹은 2035년 대만에 대한 군사행동을 취할 계획’이라고 브리핑하자, 시진핑이 “아무도 나와 그런 계획을 논의한 적이 없다”고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지만, 이는 대만해협에서 무조건적인 ‘전쟁 금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 공산당은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 조건으로 ‘대만 독립 선언’, ‘대만의 내란’, ‘대만에 대한 외국의 개입’을 강조해 왔다. 시진핑은 또 중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 통제와 투자 심사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일방적인 제재를 해제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 문제가 중국의 ‘초크 포인트’(급소)이기에 물러서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중 간 전략 경쟁은 한두번 회의로 개선될 수 없고, 이번 만남은 기껏해야 양쪽 긴장을 완화하는 데 그칠 것이다. 이 ‘세계적 대결’은 지역과 의제라는 두축으로 나뉘기 때문에, 우리는 양국이 어느 지역에서, 어떤 의제로 경쟁, 협력, 대립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미국의 동맹국들은 때때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는데, 중간에 낀 중소형 국가의 전략은 매우 유연해야 한다. 최근 한국과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들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체면을 차리고 미국이 내실을 챙긴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록 이견이 있었지만, 대만해협의 군사적 위험을 통제하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 최근 미국 주요 싱크탱크의 여러 학자는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양안 평화를 위해 민진당이 ‘대만 독립 프로그램’을 동결해야 하며 이는 미국의 국익을 위해 군사적 위험을 피하기 위한 제안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현재 환태평양의 양대 강대국 간에 대화와 위험 통제 논의가 시작됐으며, 대만해협 양안에서도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에서 누가 이기든 대화를 통해 대만해협, 심지어 동아시아 지역의 전쟁 위험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