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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민주당의 동메달 북상작전 / 김종철

등록 2006-04-02 21:13

김종철 논설위원
김종철 논설위원
아침햇발
서울시장 선거전이 더 재밌게 됐다. 민주당이 박주선 전 의원을 내세워 수도권에서의 호남표 회복을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박 전 의원의 등장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비교적 간단하다. 민주노동당의 ‘젊은 피’ 김종철 후보가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현재까지의 각종 여론조사 등을 고려할 때 최종 결과는 강금실 후보(열린우리당) 대 맹형규 또는 홍준표 후보(한나라당) 간의 박빙 승부가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이런 판세에서 박 전 의원이 결국 열린우리당 표를 잠식해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쪽이 초조해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승부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기본적으로 지지기반이 겹치는 상황에서 열린우리당 표를 빼오지 않고는 탈출구가 없는 셈이다.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을 통한 합당이 됐든 홀로서기가 됐든 민주당 처지에서는 제몫을 찾으려면 수도권 호남표의 지지를 어느 정도 되찾는 것이 필수적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열린우리당과 수도권에서 우승을 다투는 게 아니라 상대를 낙선시킬 수 있는 캐스팅보트로서의 위력을 과시하는 것을 최대의 목표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한화갑 대표는 이에 대해 며칠 전 한국방송 1라디오 ‘라디오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에 출연해 “후보를 내거나 올림픽에 참가할 때 금메달을 못 딴다고 해서 은메달, 동메달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표현했다. 수도권에서 호남표 분산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동메달이면 민주당으로서는 최선인 셈이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민주당의 내부 정서는 훨씬 더 나쁘다. “민주당에게 이번 지방선거는 멀쩡한 모체를 찢어버리고 태어난 열린우리당에 대한 심판이다. 우리는 약하지만 파괴적일 수 있다”는 한 대표의 또다른 인터뷰에서도 이런 복수 감정을 엿볼 수 있다. 강금실 법무장관 시절에 두 번 구속됐던 악연이 있는 “박 전 의원은 ‘강금실 저격수’”라는 말도 민주당 관계자의 입에서 먼저 나왔다.

수도권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이러한 대결은 사실 오래전부터 예고됐다. 2004년 17대 총선 때 텃밭인 호남을 전남 6곳(무소속 1곳 포함)만 빼고는 모두 열린우리당에 내준 민주당이 그동안 실지 회복을 하면서 체력을 길러왔기 때문이다. 기사회생의 근거지는 역시 호남의 본고장인 전남이었다. 총선 두 달 뒤에 치러진 2004년 6·5 재보궐선거를 시작으로 모두 세차례 선거에서 민주당은 호남소외론을 내세워 전남에서 열린우리당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무소속 최인기 의원(나주·하순)과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신중식 의원(고흥·보성)의 입당도 이어졌다.

광주·전남의 분위기가 바뀌면서 총선 직후 솔솔 풍겼던 열린우리당과의 통합론이 들어간 지도 오래됐다. 대신 광주·전남을 발판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전북 탈환과 함께 수도권 호남표를 공략하자는 ‘북상’론이 지난해 말 당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수립됐다.

그러나 민주당의 수도권 ‘동메달 작전’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정치철학 없는 지역성 강화와 한나라-민주 연대 가능성에 대한 수도권 호남표의 경계심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오직 민주당을 분열시킨 노무현 대통령이 미워 한나라당과 손잡은 민주당의 헛된 망상이 오늘의 민주당으로 추락시킨 그 원인 분석을 하지 않고, 아직도 구원에만 젖어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의 표를 잠식하려는 속셈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냐.” 민주당 지지자(남도인)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다.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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