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기고] 누구를 위한 임대아파트인가 / 이선근

등록 2006-05-11 21:22

기고
분양전환을 둘러싼 임대사업자와 입주자들의 분쟁이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는 세계에 유례없는 5년, 10년의 임대의무기간 아파트를 국민주택기금을 지원하면서까지 수십만가구를 공급해왔다. 사실상의 후분양 아파트를 임대아파트라는 형식으로 임대분양했기 때문에 발생한 임대주택정책의 근본적 오류다.

문제의 핵심은 분양전환 가격의 적정성에 있다. 상식적으로는 5~10년 전에 건축되었기 때문에 최근의 집값 폭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임대주택법은 건설 당시의 건축비, 택지비를 합한 건설원가만이 아니라 분양전환 당시, 즉 현재의 표준건축비를 분양값에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주변 아파트 시가를 토대로 감정평가를 함으로써 주변 부동산값이 폭등한 경우 계약서상에 명기한 분양 예시가를 훨씬 뛰어넘는 평가액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임대사업자의 폭리 추구와 자치단체장의 무관심은 부동산값은 변함이 없음에도 주변 시세를 훨씬 초과하는 분양전환 가격을 입주민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임대사업자는 임대의무기간이 끝나면 임대주택법상 분양전환 계획서를 지자체에 제출, 신고수리가 되어야 분양전환할 수 있다. 이 계획서에는 분양값 산정방식에 따른 분양가격을 적시하게 되어 있으나 지자체는 이 신청서를 두고 적법성 등 면밀한 검토를 하지 않고 임대사업자가 제출한 원안대로 통과시키는 데만 열중해왔다.

경기 화성의 ㄱ아파트 임대사업자는 분양예시가가 9200만원이었지만 주변 시세의 폭등을 기화로 1억4000만원대를 분양전환 가격으로 산정했다. 입주민의 민주적이고 공정한 참가를 원천적으로 봉쇄한 채 결정된 부당한 집값이었다. 그 결과 입주민들은 지자체 앞에서 격렬한 시위에 나서고 있다. 서민에게 안정된 주거를 공급하기 위한 임대주택정책이 오히려 주거불안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자체는 임대주택법상 구성하게 되어 있는 임대주택 분쟁조정 위원회를 구성하는 데 인색하거나 구성원칙을 어기고 임대사업자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구성하고 있다. 단체장이 과다한 분양값에 대해 보정을 권유하고 불응하는 건설업자에 대해서는 분양아파트의 사업승인을 내주지 않고 협의를 통해 분양값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그러나 건설업체와의 유착을 향유하였던 단체장들에게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이 큰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듯하다. 결국 입주민들은 집회 등 여론에 호소하는 대책뿐만 아니라 법적인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첫째, 해당 임대사업자와 지자체에 분양원가 산정의 근거가 되는 건설원가에 대한 정보공개 요청. 둘째, 임대사업자와 지자체가 거부하면 법원에 행정정보공개소송 제기. 셋째, 분양절차가 개시되면 건설 당시의 건축비, 택지비에 대한 원가 공개가 있을 때까지 분양중지절차 등 가처분 신청.

최근 법원은 입주민들의 요구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당황한 임대사업자들은 표준 임대차 계약서상의 특약조항을 내세워 분양전환을 신청하지 않는 입주민들에게 불법거주 배상금을 50%나 부과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임대사업자의 부당한 분양전환을 거부한다고 민법상 불법거주가 되진 않는다. 입주민들이 각성하기 시작하자, 임대사업자는 비싼 집값을 강요하기 위해 국법마저 거스르는 횡포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주택 당국의 적극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이선근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