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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독자에게] 한겨레가 주식시세표를 없앤 까닭은…

등록 2006-05-16 18:40수정 2006-06-13 11:23

편집국에서 독자에게
편집국에서 독자에게
〈한겨레〉가 그제부터 지면을 개편했습니다. ‘2006 봄 지면 개편’입니다. 지난해 5월 ‘제2 창간’을 선언한 이후 세번째입니다.

그동안 세차례의 지면 개편에서 가장 염두에 둔 것은 ‘독자 중심의 사고’와 ‘집중과 선택의 원칙’입니다. 독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한겨레를 만드는 데 한정된 인력과 지면을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번 지면 개편은 과학적인 독자 조사를 근거로 했다는 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이미 알려드린 것처럼, 저희는 올 1월부터 매일 각 면별·분야별·기사별 독자 열독률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어제치 신문부터 주식시세표를 싣지 않는 것도 이런 과정을 거쳐 내린 결정입니다. 사실 주식시세표를 없애는 문제는 지난해 가을 지면 개편 때도 심각하게 고려했습니다. 마침 그해 9월 한국신문협회도 “신문에서 주식시세표의 효용 가치가 떨어졌다”며 폐지를 권유하는 공문을 보내왔습니다. 주식투자 전문 사이트는 논외로 하고 포털에서조차 ‘삼성전자’를 입력하면 현재가는 물론 전일 대비 등락폭, 하이닉스 같은 관련 종목들의 주가까지 줄줄이 뜨는 상황에서, 타당한 의견이었습니다. 다만 우리 독자들이 주식시세표를 어느 정도나 보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기에, 그때는 주식시세표 폐지를 유보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과학적인 방법으로 독자 조사를 한 결과, 주식시세표를 보는 독자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주식시세표는 시작일 뿐입니다. 독자들이 보지 않는 지면은 앞으로 계속 줄이거나 없애나갈 것입니다. 집중과 선택을 하려면 동시에 버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독자들이 원하는 지면을 늘려나갈 방침입니다. 인터넷에선 찾아볼 수 없는 차별화된 기사들로 독자 여러분의 선택을 받겠습니다. 먼저 주식시세표를 없애 늘어나게 된 지면엔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의 흐름을 깊이있게 짚어주고 실생활에 밀착한 소비자 정보를 전하는 기사들을 담습니다. 또 월드컵을 앞두고 스포츠면도 증면했습니다.

어제치 신문부터 여론면의 광고를 줄이고 사설의 분량을 늘린 것도 독자 의견을 반영한 변화입니다. “사설이 짧아, 얘기를 하다 만 느낌이 든다”는 독자들의 지적이 적지 않았습니다. 분량이 늘어난 만큼, 논리적 구성을 더 탄탄히 한 주장을 펼치겠습니다.

물론 이런 변화에 모든 독자들이 만족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주식시세표를 없앤 것을 놓고 몇몇 연세 드신 독자들께서 전화로 항의를 하셨습니다. “인터넷을 못하는데 어떡하란 말이냐”고 역정을 내신 독자님도 계셨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널리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급변하는 언론 환경 속에서, “진정 독자를 위한 신문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입니다.

또 지면에 관해 더 많은 의견들을 주십시오. 그리고 지켜봐 주십시오. 한겨레가 여러분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 기울이고 있는지를.

안재승 편집기획팀장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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