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독자에게
지난주 인턴기자들을 뽑았습니다. 정식 기자는 아닙니다. 기자가 되기를 원하는 ‘예비 언론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여름방학 동안 현직 기자들의 교육을 받으며 기자 생활을 체험하면서 자신의 적성과 자질이 기자라는 직업에 맞는지 확인해보는 기회를 갖게 될 것입니다.
흔히 ‘신문의 위기’를 얘기합니다. 하지만 인턴기자 선발 과정에서 자기소개서를 읽고 지원자들과 대화하면서 신문의 앞날이 결코 어둡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이 신문기자가 되고자 하는 동기는 순수합니다. “농사를 짓는 아버지와 학보사 기자 경험을 통해 우리 사회 소외계층의 설움과 작디작은 소망이 무엇인지 알기에, 늘 소수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한겨레와 함께 하고 싶습니다.”(이은지·경북대 신문방송학과) “2002년 6월 지금처럼 모두 월드컵에 열광하던 그 때 두 명의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졌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언론이 월드컵을 얘기하는 데만 바빴습니다. 진정한 언론은 2002년 효순이와 미선이를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원합니다.”(윤종규·중앙대 사진학과)
이들이 되고자 하는 기자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풀풀 먼지 나게 뛰어다니며 삶의 현장을 담은 기사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입이 없는 사람들의 입이 되는 기자가 되렵니다.”(김민경·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기자는 엄정한 윤리의식을 지녀야 합니다. 정당한 방법으로 취재하고 자신의 기사 때문에 억울하게 피해 보는 사람은 없는지 면밀히 따져보면서 기사를 써야 합니다. 이런 윤리의식을 실천할 때 기사에 진실성이 담보된다고 생각합니다.”(김현진·이화여대 정외과)
이들은 ‘신문 위기론’을 일축하는 자신감도 지녔습니다. “비디오가 등장하면서 극장이 곧 망할 것이라고들 했지만, 극장은 오히려 더 번창하고 있습니다. 텔레비전과 포털이 제공하지 못하는 심층적인 분석기사를 통해 신문의 위상은 지금보다 확고해 질 것입니다.”(강은지·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영상문화가 인쇄문화를 압도하면서 대학생들 사이에서 방송기자가 인기입니다. 그러나 저는 글을 통해 치열하게 독자와 대면하는 신문기자가 더 좋습니다.”(오수재·성균관대 경영학과)
그렇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특히 신문사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재산입니다. 이처럼 생각이 올곧고 열정과 신념으로 가득찬 젊은이 369명이 인턴기자를 지원했습니다. 이들을 한꺼번에 모두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돼, 이번에 21명만 뽑았습니다.
신문을 둘러싼 환경이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런 젊은이들이 신문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한, 신문의 앞날은 밝습니다. 적어도 <한겨레>는 그렇다고 독자 여러분께 자신있게 말씀드립니다.
안재승 편집기획팀장 jsahn@hani.co.kr
안재승 편집기획팀장 js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