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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독자에게] 한겨레 기자와 골프

등록 2006-08-08 18:40수정 2006-08-08 22:28

편집국에서독자에게
“한겨레 기자도 골프를 합니까?”

지난달 31일치 <한겨레>에 “여권 고위 인사들과 한겨레 등 열린우리당을 출입하는 8개 언론사 기자들이 29일 골프장을 찾았다”는 기사가 나간 뒤, 독자들한테 이런 질문을 자주 받았습니다. 골프 관련 기사가 큼지막하게 나간 날엔 “한겨레에 골프 기사가 너무 많아졌다”는 항의성 전화가 어김없이 걸려오는 것을 보면 당연한 반응일지 모릅니다.

한겨레 기자 가운데도 골프를 하는 기자들이 여럿 있습니다. 기자는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직업입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국 골프장 224곳을 찾은 사람이 연인원으로 1777만명이라고 합니다. 또 골프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약 300만명으로 추산됩니다. 새로운 취재원과 만나면, 둘에 한명 정도는 “골프를 하느냐?”고 물어 옵니다. 특히 뉴스 거리가 많아 중요한 취재원으로 꼽히는 정치인이나 재계 인사들 가운데는 골프를 하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정치나 경제 부문 기자들 가운데 골프를 배운 기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골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열린우리당의 대선 예비주자인 김혁규 의원,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김태랑 국회 사무총장과 한 달 전에 잡은 약속이었다고 합니다. 골프 비용은 참가자들이 나눠서 냈다고 합니다.

취재가 목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토요일 새벽 골프장으로 향하는 발길이 가볍지만은 않을 수 있습니다. 주5일 근무제가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나, 기자는 여전히 6일 근무를 하는 직종 가운데 하나입니다. 월요일치 신문을 만들자면 일요일에 출근해야 합니다. 법정 공휴일도 똑같습니다. 토요일은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유일한 날입니다.

다만 29일 골프의 경우 시점과 장소가 적절치 않았다고 봅니다. 골프장이 있는 충주는 그 전날 큰비가 내린 수해 지역이었습니다. 같이 비교할 성질은 아니지만,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수해 지역에서 골프를 쳐 물의를 빚은 일이 있은 지 열흘이 채 지나지 않은 때였습니다. 해당 기자도 “신중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일이 있은 뒤, 신문사 내부에서 골프 취재와 관련해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겨레 윤리강령’에 골프 취재 항목을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취재 현실과 직업 윤리를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지혜를 모으고 있습니다. 또 이 기회에 윤리강령을 전반적으로 다듬어 볼 계획입니다. 한겨레는 1988년 창간과 함께 윤리강령을 만들었습니다. 국내 언론사 가운데 처음입니다. 그런데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다 보니, 새로 규정해야 할 사안들이 생겨났습니다.

윤리강령 개정안이 확정되면, 지면을 통해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엄격히 실천하겠습니다.


안재승 편집기획팀장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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