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이호진 태광산업 회장의 선택은? / 곽정수

등록 2006-08-25 21:09수정 2006-08-26 13:32

곽정수 정책금융팀장
곽정수 정책금융팀장
편집국에서
‘장하성 펀드’ 논란이 뜨겁다. 장하성 펀드가 태광산업 계열의 대한화섬을 첫 투자 대상으로 선택하자 보수언론의 공격이 시작됐다.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여 국내 기업을 공격 …” “지배구조 개선을 내세우지만 결국 돈벌이가 목적 ….” 그들은 1996년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소액주주 운동에 처음 나섰을 때 “재벌 저격수”라고 공격했다. 지금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자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당시만 해도 주총장을 찾아가 총수 전횡과 소액주주 권익침해에 항의하는 장 교수는 ‘이단자’였다. 당사자인 태광도 불쾌하다는 표정이다. 후진적 지배구조를 가진 대표적 기업으로 알려졌으니 그럴 만하다. 시장에선 태광이 정면 대결을 택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온다. 과연 현명한 선택은 무엇일까?

먼저, 펀드의 대한화섬 주식 5% 취득으로 말미암은 최대 수혜자는 누구일까? 지난 23일 주식 취득이 알려진 뒤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다. 대한화섬은 물론 다른 계열사까지 연일 상한가 행진이다. 불과 사흘새 불어난 시가총액만 3천억원이다. 펀드는 그 5%를 얻었을 뿐이다. 나머지 95%는 이호진 그룹회장 등 대주주들과 다른 소액주주의 몫이고, 최대 수혜자는 당연히 이 회장이다. 태광은 무엇보다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호기를 맞았다. 국내기업의 지배구조는 외환위기 이후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실제 가치보다 주가가 낮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바로 몇 달 전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과 현대차가 국민 앞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하지 않았는가.

태광의 지배구조도 개선할 여지가 많다. 대한화섬이 갖고 있는 계열사 주식과 부동산 등 순자산 가치에 견줘 주가가치는 5분의 1에 불과하다. 회사의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서 회사와 주주, 국가경제에 모두 도움이 되도록 하기보다는, 계열사 출자 등 총수의 지배권 확대에만 집중한 결과다. 펀드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도 이 때문이다. 태광에 유리한 것은 펀드가 경영권 위협 세력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버린 등은 경영권까지 위협하다가, 한국민들의 지지를 못 얻었다. 장 교수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대주주와 건설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일부 보수언론은 펀드의 투자자들이 외국인이라며, 소버린과 다를 게 없는 ‘먹튀자본’이라고 공격한다. 하지만 실상을 모르고 하는 얘기다. 장 교수는 “펀드는 국내외 자본에 모두 개방돼 있고, 국내에서 투자설명회까지 열었다”고 말한다. 기관투자가들이 기업들 눈치를 보다가 불참한 것이다. 펀드의 실제 이름은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다. ‘한국’이라는 명칭 때문에, 한국을 떠나면 바로 해체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장하성 펀드의 좀더 큰 의미는 확산 효과다. 이번에 좋은 결과가 나오면, 다른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을 이끄는 촉매제가 된다. 장 교수가 참여연대를 나와 직접 펀드운용에 나서는 위험을 무릅쓴 것은 기업 지배구조의 실질적 개선을 이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승부수라 할 수있다.

태광의 또다른 선택은 펀드와 대립하는 것이다. 이것은 서로 큰 소모전이 될 것이다. 에스케이는 2003년 위기를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재계 30위권인 태광은 서울 장충동의 옛 학교건물을 수십년 사옥으로 쓰고 있다. 창업주인 고 이임용 회장 때부터 내려온 철저한 내실 위주의 경영철학을 반영한다. 이 회장의 셋째아들인 이호진 회장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체면도 중요하지만, 실리는 더욱 중요하다. 태광도 살고, 장하성도 살고, 소액주주도 살고, 궁극적으로 한국 경제도 사는 상생해법을 찾아야 한다.

곽정수 정책금융팀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