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길/국제팀장
오는 11월7일 미국이 중간선거를 치른다. 미국의 역대선거 중 아마 한반도에 가장 중요한 선거가 될지도 모른다. 북한 핵위기의 방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 선거에서 북핵위기의 한 축인 조지 부시 정권의 공화당은 1994년 이래 유지한 의회 다수당 지위를 내줘야 할 최대 위기다. 부시 정권의 파탄난 대외정책 때문이다. 장기화한 이라크전이 실패로 드러난 데다 최근에는 마크 폴리 하원의원의 섹스추문까지 겹쳤다. 북한 핵실험은 부시 대외정책을 더욱 동네북으로 만들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 자체를 지지하는 쪽도 부시가 엉뚱한 짓을 했다고 비판한다. 흉기가 없다고 하소연한 사람은 두둘겨 팼고, 흉기를 가질 수 있다고 공언하던 사람은 더욱 몰아부쳐 흉기 소지를 부추켰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쳐들어갔으나, 아무 것도 찾지 못했다. 반면, 관계정상화가 안될 경우 핵을 개발할 수 밖에 없다고 협박성 애원을 하던 북한에게는 목조르기로 일관하다가 핵개발로 나서게 했다.
부시의 대북봉쇄정책은 기술적으로도 북한의 핵개발을 도왔다. 북한은 빌 클린턴 행정부와의 제네바 합의로 영변 원자로의 연료봉을 봉인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없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들어 제네바 합의가 파기되자, 북한은 연료봉 봉인을 뜯고 플루토늄을 추출했다. 당시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통해 핵무기를 만들고 있다며 제네바 합의를 파기했다.
윌리엄 페리 전 대북조정관은 고난도 기술인 우라늄 농축 핵무기는 북한에게는 초보적 단계였는데 이를 이유로 제네바 합의를 파기해, 북한에게 손쉬운 플루토늄 추출 핵무기를 만들 기회를 줬다고 지적한다. <뉴욕타임스> 컬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도 북한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 플루토늄을 갖지 못했으나 부시 행정부 들어 8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확보했다고 부시의 대북정책을 신랄히 비난했다.
그러나 북한 핵실험은 부시에게 기회다. 중간선거에 도박을 걸 수 있는 소재다. 칼 로브 백악관 정치고문이 주도해온 부시 정권의 선거전략은 지지층을 최대한 투표소로 끌어내는 것이다. <타임>은 이번 중간선거에서도 공화당의 비장의 무기는 더욱 정교해진 공화당 성향 유권자 정보라고 지적했다. 투표장에 나가기만 하면 공화당 후보를 찍을 유권자 정보를 선거구별로 확보해, 선거운동원의 호별방문을 통해 이들을 투표소에 동원하는 전략이다. 테러와의 전쟁 실패로 안보 이슈는 약발이 많이 떨어지기는 했으나,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 위협’의 현실화는 또 다른 문제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안보리 제재 추진에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의 강도를 최대한 높이려 한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12일 안보리 결의안에서 북한 입출항 선박에 대한 검문검색 조항이 빠져도 “피에스아이는 이 결의와 무관하게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오가는 선박에 대한 강도높은 검문검색은 한반도 주변의 무력충돌의 가능성을 현실화시킬 것이다. ‘핵무기를 가진 국가’와의 충돌은 미국 안보사상 처음이다. 투표율 50%를 조금 넘는 미국 의회선거에 어떤 결과를 미칠지는 뻔하다.
부시 정권은 2000년 대선 당선 뒤 클린턴 행정부가 사실상 성사시켰던 북-미 수교를 거부했던 때처럼 욱일승천의 시기가 아니다. 지금은 대외정책 파산을 공식선고할 중간선거 앞에 선 피고다. 그런 피고에게 절호의 변명꺼리를 줄 피에스아이 등 북한 제재에 한국은 지금 힘을 보탤지 좌고우면하고 있다. 한국은 부시의 마지막 선거운동원이 될 것인가?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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