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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민편집인칼럼] 전쟁모험주의자들 / 홍세화

등록 2006-10-24 18:01

홍세화 시민편집인
홍세화 시민편집인
시민편집인칼럼
포탄 떨어지는 소리, 적을 향해 겨눈 총, 거리의 시신들, 잔해 더미에서 장난치는 아이들, 그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문간에 기대어 이야기를 나누는 어른들 …. 전쟁 다큐멘터리는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는가. 옛 소련의 서기장 흐루쇼프는 “우리가 다큐멘터리로 보는 전쟁은 실제와 다르다. 전쟁은 훨씬 잔인하고 더럽고 추악하며 비참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코앞, 쿠바에 미사일을 장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대미 협상에 임하게 한 것은 그가 경험한 전쟁의 참상이었다.

북한 핵실험 위기로 시끄러운 중에 전쟁 모험주의적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 대북제재 강화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피에스아이) 참여를 둘러싼 논의 과정에서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은 “국지전을 인내하고서라도”(국지전으로 멈춘다고 누가 보장하나?)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던졌고, 송영선 의원은 “진정 평화를 위한다면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전쟁을 감수한 평화란 어떤 평화인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과 짝을 이뤄 조·중·동은 연일 햇볕정책, 포용정책을 비난하고 있다. 그들은 햇볕정책, 포용정책이 없었더라면 시민들의 사재기와 국외탈출 러시, 주식시장의 동요를 피할 수 있었을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반세기 동안 “단 1%의 안보 위기도 용납할 수 없다”는 안보 이데올로기 앞에서 자유와 민주, 인권의 유보를 강요받았다. 그런데 이제는 평화를 위해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 불사’라 …. 이는 우리에게 가십거리가 될 수 없다. 오랫동안 ‘안보’라는 말에 무디어져 이젠 ‘전쟁’이란 말에까지 무뎌진 탓일까? 언론의 반응이 한가롭다고 느낀 것은 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안보를 주장해왔던 그들이 전쟁 불사론을 펴고, 햇볕정책, 포용정책을 비난하는 것은 “입이 말하는 게 아니라 입장이 말한다”는 수사법 그대로다.

외교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해가 상충하는 관계국들과 상생의 방안을 찾아가는 것이다. ‘악의 축’으로 지목된 북한은 미국 부시 정권의 백기투항 요구 앞에서 합리적 타협을 위한 통로를 봉쇄당했다. 상생의 묘책 대신 극단의 선택을 했고 마지막 카드를 던졌다. 흔히 ‘벼랑 끝 전술’이라고 말하지만 북한 스스로 벼랑 끝에 나아간 게 아니다. 미국에서도 민주당은 부시의 대북정책 실패를 비난하고 공화당 안에서도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과 대화를 거부하는 부시의 대북정책의 궁극적인 지점은 김정일 정권의 와해와 교체에 있다. 국내에서도 이참에 혐오스런 김정일 정권을 끝장내야 한다는 유혹에 빠질 수 있고, 그 유혹이 국지전, 전쟁 불사론까지 불러왔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 정권=북한 체제’라는 북한 체제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부시의 대북압박 정책이 북한의 안정적이며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김정일 정권의 붕괴란 곧 북한 체제의 붕괴이며 그것은 아무도 예견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정확히 예견할 수 없을 뿐, 우리에게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평화의 길이 우리의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이듯이 햇볕정책과 포용정책 또한 우리에게 선택사항이 아니다. 한겨레는 전쟁모험주의자들을 용납하는 세력에겐 수권 능력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하는 한편,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엔 미국에 대한 우유부단한 태도에서 벗어날 것을 더욱 강력하게 촉구해야 한다.

홍세화 시민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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