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독자에게
한겨레신문사 수습사원을 뽑는 합숙 평가와 면접이 지난 6~8일 있었습니다.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겠지만, 지식과 정보를 다루는 신문사에서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새 사람을 뽑는 일에 큰 공을 들입니다.
입동을 하루 앞둔 지난 6일 저녁 서울엔 진눈깨비가 내렸고, 우산이 뒤집힐 정도로 센바람이 불었습니다. 이날 합숙평가 장소에 모인 수험생들은 잔뜩 긴장한 낯빛이었습니다. 마음이 추우면 몸도 춥다는 말이 있습니다. 가뜩이나 마음이 추웠던 수험생들은 갑자기 밀어닥친 찬바람에 자라처럼 목을 움츠렸습니다.
시험장 뒤편에 마실 것과 과자, 과일을 놓아두었습니다. 수험생들은 몸에 좋은 과일을 제쳐놓고 초콜릿과 사탕을 집어들었습니다. 초콜릿에 들어있는 페닐에틸아민 성분이 탄수화물의 소화 흡수 속도를 높여 두뇌 회전을 돕고, 단맛은 불안, 초조를 누그러뜨린다고 합니다. 단것부터 찾는 수험생들을 보며 이들이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수험생들을 지켜보며 안쓰러웠습니다. 누군가를 뽑으려면 누군가를 떨어뜨려야 하는 냉정한 현실 때문이었습니다.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래야 너희도 심판받지 않는다”는 성경 말씀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것, 그것도 한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는 입사 시험 점수를 매긴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었습니다.
하지만 전형 과정에서 ‘한겨레 공채에는 실력 외에 어떤 요소도 작용하지 못한다’는 믿음을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엔 ‘학벌과 뒷배(백)가 있어야 한다’는 오랜 속설이 있습니다. 다른 언론사 형편을 잘 알지 못해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한겨레신문사 공채에서는 그런 배경이나 학벌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합니다.
예컨대 1박2일 합숙 평가에 참여한 평가위원들은 수험생의 학교와 출신 지역, 집안 형편은커녕 본명조차 모른 채 평가를 마쳤습니다.(합숙 평가 처음부터 끝까지 수험생은 자신이 정한 별명을 씁니다.) 또 일부 평가위원의 주관이 지나치게 반영되는 것을 막고자 평가위원이 모두 모여 토론·합의를 거쳐 평가 결과를 이끌어냈습니다.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한겨레신문사가 편견 없이 수습사원을 뽑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만큼은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평가위원끼리 “우리가 일찍 태어나 이 친구들과 겨루지 않고 신문사에 들어온 게 다행”이라고 농담을 할 정도로 응시자들의 실력이 뛰어났습니다. 실력이 빼어난데도 아쉽게 뜻을 이루지 못한 분께는 위로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공채 17기로 한겨레신문사에서 같이 일하게 될 분들께는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고 갈 것’이란 기대를 걸어봅니다. 2006년 수습사원 공채 지원자들이 보여준 <한겨레>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 감사드립니다.
권혁철 편집기획팀장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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