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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이 땅의 선생님을 위하여 / 이상기

등록 2006-11-24 17:46

이상기/지역부문 편집장
이상기/지역부문 편집장
편집국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22일 교원평가 저지를 위해 연차휴가(연가) 투쟁을 벌인 데 대해 말들이 많다. “자신들 이익을 위해 수업을 내팽개친 교사는 자격이 없다”는 ‘비판론’에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렇게 나서는 교사들 처지도 생각해야 한다”는 ‘이해론’까지 다양한 의견들이다.

‘교사’ 하면 주로 떠올리는 낱말이 촌지·성적·스승이다. 1980년대 후반 전교조의 등장으로 이런 다양한 인상이 하나로 묶였다. 바로‘참교육’이다. 촌지와 성적에 짓눌려 온 학생과 학부모들은 환호했다. 권위주의, 관료주의가 몸에 밴 일부에겐 눈엣가시였겠지만.

그후 10여년, 참교육은 여전히 살아 있는가? 상당수 사람들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들은 머릿속에 ‘왜 그런지’에 대한 답을 나름대로 정리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교사들이 중심이 돼 만든 전교조에서 ‘교사’는 사라지고 ‘조합’이란 단체만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전인격적으로 이끄는 것은 단체인 전교조가 아니다. 교사들 몫이다. 몸을 사르며 참교육을 일궈낸 초심은 하나둘 사라지고 그 자리에 ‘권익’이 대신 들어서고 있는 현실, 그래서 상당수 학부모와 시민들이 지지를 거둬들이고 있는 것 아닌가?

전교조가 지탄받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마찬가지로 교총이나 다른 교사단체들이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 역시 안타깝다. 이는 곧 교사들에 대한 불신과 원망이기 때문이다. 교사들에 대한 불신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을 대신해 누가 우리 아이들을 가르친단 말인가?

누가 뭐래도 교사들은 최고 존경의 대상이어야 한다. 아니 국민들은 교사들을 의무적으로 존경해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아쉽게도 그들에게 존경을 보내는 데 퍽 인색했다. 대신 몇몇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교사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데 익숙해 있다. 그 결과가 오늘의 교실, 지금 우리 아이들 모습이라면 지나친 말일까?

한번 이런 상상을 해보자.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는 교사가 아이 교육에 신명나 있는 모습을. 그런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은 우리 아이가 이끌어갈 미래를.

지금은 지방 조그마한 군청 수장으로 있는 분의 군대 시절 이야기다. 10여년 전 수도권 부대 사단장 재임 때 그는 관내 초등학교 방문을 가장 중요한 대민 업무로 삼았다. 장군복 정장에 별판을 단 승용차를 타고 교문을 들어선 그는 곧바로 교장실로 향한다. 그러면 어린 학생들은 “와, 장군이 우리 학교에 왔다!” 하면서 우르르 몰려든다. 아이들은 장군이 자기 학교 교장 선생님께 정중한 자세로 거수경례를 올리는 모습에 시선을 멈춘다. “교장 선생님, 차 한 잔 주십시오.”

10분쯤 뒤 장군이 교문을 나서기가 무섭게 어린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들린다. “히야, 우리 교장 선생님 대단하시다. 장군님이 경례하고 갔어, 히야!” 10여년 뒤 군수가 된 그는 지금도 틈만 나면 관내 학교를 들러 선생님들과 환담하는 일을 주요 일과로 삼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교사들 존경 방법은 부지기수일 터다. 이런 방법도 있을 터다. 지역·기업·관공서마다 각종 행사 때 보면 귀빈석은 대부분 국회의원, 단체장, 지방의회 의원, 기관장 등으로 메워진다. 교사들은 귀퉁이를 차지하거나 아예 안 보인다. 이제부터 가장 상석은 선생님들께 드리자. 선생님을 존경하는 국민, 존경받는 선생님이 키워낸 훌륭한 인재, 이제 우리나라 이야기가 될 때도 됐다.

이상기/지역부문 편집장 amig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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