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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2.0 시대에 살아남기 / 곽노필

등록 2006-12-28 17:22수정 2006-12-28 17:27

곽노필/경제부문 편집장
곽노필/경제부문 편집장
편집국에서
한 해가 저물어가는 요즘 올해를 돌아보고 밝은 새해를 다짐하는 행사들이 한창이다. 언론들은 올해의 주요 뉴스와 인기상품 따위를 고르고 새해를 전망하느라 분주하다. 그 속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단어가 있으니, 이름하여 ‘웹 2.0’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최대뉴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올해 최고의 아이디어로 꼽은 가상세계 사이트 ‘세컨드 라이프’, 시사주간 <타임>이 올해 최고의 발명품으로 지목한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구글의 올해 인기검색어 1, 2위에 올라선 온라인 인맥구축 사이트 ‘베보’와 ‘마이스페이스’…. 이 모두를 하나로 묶어주는 말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한 술 더 떠 ‘웹 2.0’이 “주류 사회를 바꾸기 시작할 것”이라며 ‘내년에 가장 주목해야 할 화두’로 꼽았다. ‘웹 2.0’이 인터넷 공간의 변화에 머물지 않고 우리의 일상생활 자체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이 용어가 등장한 지 불과 2년 만의 놀라운 변화다.

‘웹 2.0’에서 누리꾼은 단순한 사용자나 소비자가 아니다. 생산자이자 평가자다. 그들은 기득권자들 중심의 기존질서 대신, 새로운 질서를 갖춘 세계를 만들어낸다. 구경만 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직접 참여해 뭔가를 만들어내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유시시(UCC, 사용자 제작 콘텐츠) 열풍은 그 실체의 한 단면이다. 누리꾼들이 하나하나씩 보탠 지식들이 어느덧 훌륭한 백과사전이 되고, 서점가에서 밀려났던 서적들이 무한공간인 온라인 시장에서 베스트셀러로 재탄생한다. 힘있는 소수보다, 평범한 다수의 힘이 더 위력을 발휘한다. 20%의 선두집단보다 80%의 긴꼬리집단(롱테일)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생겨난다. 그것은 민주성이기도 하고 혁명성이기도 하다. 분석가들은 그 힘의 원천을 참여와 개방·공유에서 찾는다. 거기에선 너와 나, 네것 내것이 따로 없었던 그 먼 옛날의 원시 공동체적 가치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도 하다.

그러나 2.0을 내세운다고 꿈이 곧바로 현실로 되지는 않을 터이다. 그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스코트 맥닐리 회장은 회사 홈페이지에 올려 놓은 ‘시이오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참여시대의 기본은 신뢰입니다. 신뢰는 공유와 진정성을 통해 구축됩니다. 구글과 이베이를 보십시오. 이 회사들은 서비스를 나누어 주면서도-또는 공유하면서도-성장을 거듭하고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들은 이들의 서비스를 신뢰하고 항상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되돌아오는 커뮤니티를 구축해 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2.0 비즈니스의 성공 열쇳말로 신뢰를 역설한 이 글의 제목은 ‘공유의 경제학’이다. (나 역시 이 글을 쓰면서 2.0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공유와 개방의 네트워크가 없었다면 나는 이 글을 접하지 못했을 것이다.) ‘참여’를 내세워 2.0식 실험을 해보려 했던 노무현 정부는, 바로 이 점에서 결정적인 패착을 둔 듯하다.

2.0은 원래 2000년대 초반의 닷컴 거품 붕괴를 이겨내고 성장가도를 달린 기업들의 공통점을 찾다가 생겨난 말이라고 한다. 당연히 그 안에는 2.0식 접근을 외면한 기업들의 실패담이 숨어 있다. 따라서 2.0은 생존법칙이기도 하다. 새해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들, 새로운 수익기회를 찾는 기업인들, 집안의 화목을 갈구하는 가장들이여! 새해엔 ‘2.0’을 화두로 삼아보는 것이 어떤가? 웹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곽노필/경제부문 편집장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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