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원 기자
“솔직히 깜짝쇼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어요!”
18일 오후 통화한 민세원 철도노조 케이티엑스 열차승무지부장은 기운이 완전히 빠져 있었다. 지난 10일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철도공사가 케이티엑스 여승무원의 직접 고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 뒤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새로운 희망에 가냘프게나마 기대를 드러내 보였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실제로 이 장관의 발언 뒤 8일 동안 이 문제 해결에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이 문제의 당사자인 이철 철도공사 사장은 이 장관의 발언이 나온 지 8일 만인 이날 낮 공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이 사장은 “케이티엑스 여승무원 문제는 이 장관과 얘기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밖에서 자꾸 얘기하면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또 “이 장관이 좋은 뜻으로 말했지만 문제를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 같다”고 은근히 이 장관을 겨냥하면서, “철도공사는 법과 원칙을 지켜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이 장관의 의견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 사장의 말을 전해 들은 노동부의 장의성 홍보관리관은 “이 장관의 발언 뒤 당사자인 철도공사나 케이티엑스 여승무원 모두 노동부의 개입을 원하지 않았고, 기획예산처와 건설교통부도 이 장관 발언 내용에 부정적이었다”며 “현재로서는 노사 당사자들끼리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기대할 뿐”이라고 말했다.
물론, 애초 이 장관의 말에 ‘진정성’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장관의 말은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옳은 판단에 따른 발언이라고 해도 실행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무게를 지니게 된다. 그러지 않았다간 괜히 실없는 사람이 될 뿐이다. 자신의 말에 장관답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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