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승/정책·금융팀장
편집국에서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를 뼈대로 한 ‘1·11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에 대해 건설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의 모임인 주택협회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분양원가 공개를 철회하고, 분양가 상한제는 실시하더라도 건설업체의 적정 이윤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15일엔 중소 건설업체들의 모임인 주택건설협회가 “앞으로 분양원가를 높게 책정하는 기업은 여론몰이식 매도로 주택 사업의 정상적 추진이 어렵게 된다”며 “1·11 대책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동아·조선·중앙일보도 1·11 대책을 ‘반시장적 포퓰리즘 정책’으로 규정하고 “시장 경제의 핵심 동력인 기업의 이윤 동기를 부정하는 반시장적 제도는 건설업자의 사업 의욕을 꺾어 주택 공급을 줄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건설업계와 이들 신문은 2003년 ‘10·29 대책’, 2005년 ‘8·31대책’, 2006년 ‘3·30 대책’ 때도 비슷한 논리를 폈다.
건설사들이 아파트 건설 수익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탓에, 아파트를 지으면 이익이 얼마나 남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관련 통계를 보면, 건설사들의 주장은 지나친 엄살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은행이 해마다 발표하는 ‘기업경영 분석’을 보면, 건설업의 평균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2002년 4.46%에서 2005년 6.46%으로 50% 가까이 커졌다.(2006년 통계는 올해 5월 나온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이란 기업이 영업 활동으로 이윤을 어느 정도 얻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2005년 제조업의 평균은 6.12%였다. 건설사의 영업은 아파트 건설뿐 아니라 해외 건설, 토목, 플랜트 등 다양한데, 이 중에서도 아파트 건설이 가장 실속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기간 서울 지역 아파트 평당 분양값은 평균 919만원(2002년)에서 1450만원(2005년)으로 60% 가까이 급등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분양가는 분양원가와 건설사의 이윤을 합친 것이다. 이제까지 건설사들은 아파트 분양가를 주변 시세를 기준으로 책정함으로써 엄청난 폭리를 취해 왔다. 분양원가 공개는 분양가의 투명성을 확보해 건설사의 이윤을 적정하게 맞추자는 요구이지 건설사가 손해를 보라는 것이 아니다. 분양가 상한제 아래서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분양가를 20~30% 낮출 수 있다.”
분양값 낮추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아니다. 부산에서 15년 동안 중견 건설업체를 경영하다가 2004년 4·13 총선에서 국회의원이 된 김양수 한나라당 의원의 얘기다. 김 의원은 “노태우 정부가 주택 200만가구를 공급할 당시 분양가 상한제가 있었지만, 자재 품귀가 일어날 정도로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엄청나게 지었다”며 “기업은 이익이 작다고 해서 사업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김 의원은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1·11 대책을 발표하던 날, 동료 의원 10명과 함께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우스갯소리로 처녀의 “시집 안 간다”는 말, 노인의 “죽고 싶다”는 말과 함께 장사꾼의 “밑지고 판다”는 말을 3대 거짓말이라고 한다. 사업성이 있을 때 어떡해서든지 이윤을 최대한 내려 하는 게 기업의 속성이라는 점에서, 건설업계가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하는 속내는 짐작이 간다. 하지만 한술 더 뜨는 일부 신문들은 무슨 생각에서 그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안재승/정책·금융팀장 js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