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독자에게
“언론학 교과서에 다 나오는 내용을 ‘취재보도 준칙’이란 거창한 이름을 붙여 선포식까지 한 이유를 모르겠군요!”
“진실을 추구하고 공정하고 정직한 보도를 하겠다고 하는데, 그럼 한겨레가 여태까지 그렇게 안 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건가요?”
”1월31일치 기사 가운데 ‘충남 예산 마곡사’라고 했는데, ‘충남 공주 마곡사’가 맞습니다. 잘못된 기사 내용을 적극적으로 바로잡겠다고 했으니 빨리 고침 기사를 내세요.”
<한겨레>가 1월29일 취재보도 준칙을 선포한 뒤 들어온 독자 의견의 일부입니다. 독자의 날카로운 지적처럼, 취재보도 준칙 50 조항은 ‘착하게 살자’처럼 신문사라면 너무나 당연히 지켜야 할 기본입니다. 깜짝 놀랄 새로운 내용은 없습니다.
언론계 사정에 밝은 분은 아시겠지만,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언론사들은 윤리강령이나 기자준칙을 두고 있습니다. 이들도 하나같이 공정 보도와 진실 추구, 독자 존중을 강조합니다. 따지고 보면 한겨레 취재보도 준칙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것이라면 한겨레가 밝히고 있는 것처럼 ‘모든 구성원’이 ‘준칙’을 지킬 것을 서명한 것, 그리고 그것을 한 번의 선언으로 그치지 않고 ‘관리기구’를 설치해서 지속적으로 이행할 것이며, 그러지 못할 때 독자를 비롯한 외부의 비판을 받겠다는 결의를 선언한 것이라고 하겠다. 신문사 안에서만 거론하는 내부규정이 아니라 독자와 사회에 이렇게 행동하겠다고 서약하고 서약을 지키지 못할 때는 비판을 감수하고 책임을 지겠다는 것을 다짐하고 약속한 문서다. 언론인으로서 당연한 서약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 실천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한겨레 기자들로서는 순례자의 고행을 각오한 결단이었다고 보고 싶다.”
윗글은 <동아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장행훈 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의 평가입니다. 기자들은 남을 비판하는 것을 주업으로 여기면서도 자신을 성찰하는 데는 아주 인색합니다. 제 집 자랑같아 겸연쩍지만, 한겨레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른 거대 신문들보다 공정성과 신뢰도 측면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한겨레는 우리나라 언론이 겪고 있는 심각한 ‘신뢰 위기’에 일정한 책임이 있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취재보도 준칙을 만들었습니다.
취재보도 준칙을 선포한 한겨레는 자신이 만든 줄로 제 몸을 묶었습니다. 앞으로 한겨레는 취재보도 준칙 이행 여부를 매섭게 질책하는 독자와 시민사회의 호된 비판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장 위원장의 ‘순례자의 고행을 각오한 결단’이란 칭찬은 남세스럽지만, 어쨌든 한겨레는 자기 도끼로 제 발등을 찍은 셈입니다.
옛말에 “힘써 실천하는 것은 어짊에 가깝고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용기에 가깝다”고 했습니다. 사람이나 단체나 비겁하고 비루하면 원칙도 없고 부끄러움도 모릅니다. 한겨레는 때로는 더디 가더라도 끊임없는 자기반성을 통해 취재보도 준칙을 지키고 잘못을 고쳐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덧붙임:2월6일치 2면에 ‘충남 공주 마곡사’ 고침기사가 나갔습니다. 독자의 애정어린 지적에 감사드립니다. 권혁철 편집기획팀장 nura@hani.co.kr
옛말에 “힘써 실천하는 것은 어짊에 가깝고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용기에 가깝다”고 했습니다. 사람이나 단체나 비겁하고 비루하면 원칙도 없고 부끄러움도 모릅니다. 한겨레는 때로는 더디 가더라도 끊임없는 자기반성을 통해 취재보도 준칙을 지키고 잘못을 고쳐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덧붙임:2월6일치 2면에 ‘충남 공주 마곡사’ 고침기사가 나갔습니다. 독자의 애정어린 지적에 감사드립니다. 권혁철 편집기획팀장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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