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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혼다에서 배우는 현대차 해법 / 곽정수

등록 2007-02-25 18:28

곽정수/대기업전문기자
곽정수/대기업전문기자
편집국에서
#1. 이달 중순 일본 나고야시 인근의 혼다자동차 스즈카공장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안내를 받으며 먼저 눈에 띈 것은 임직원 모두 흰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었다. 노사 모두 하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흰 유니폼은 혼다 창업 이래 이어 온 상징이다.

#2. 비슷한 시기 일본 현지 신문들에 자동차 업계 기사가 잇따라 실렸다. 도요타와 혼다가 2007 회계연도에 최고 실적이 예상된다는 내용이었다. 도요타의 영업이익은 최초로 2조엔(16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삼성전자의 두 배를 넘는다. 혼다도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사상 최고가 예상된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과 실적을 자랑하는 일본 자동차 업체한테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연초부터 현대차 노사갈등으로 홍역을 치른 터라 궁금증은 더 컸다. 마침 혼다의 최고경영자인 후쿠이 사장을 만날 수 있었다. 자동차 업계에선 도요타 특유의 경영방식인 ‘도요타 웨이’가 유명하다. 하지만 후쿠이 사장은 “외부에는 덜 알려졌지만 ‘도요타 웨이’ 이전에 ‘혼다 웨이’가 있다”며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는 “전세계 혼다공장에서 현장 노동자 전원이 자율적으로 자신의 작업공정과 관련해 끊임없이 개선 활동을 하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럼 그 비결은 무엇일까? 후쿠이 사장은 노사의 혼연일체가 된 노력이라고 설명한다. “노사가 하나가 되지 않으면 좋은 자동차를 만들 수 없다.”

혼다 노사협력의 바탕에는 노사상생의 경영철학이 있다. 후쿠이 사장은 “종업원의 고용을 지키고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것, 흑자를 내서 납세의무을 지키는 것이 기업의 진정한 사회적 책임”이라고 말한다. 그의 다음 말도 인상적이다. “제품을 많이 팔수록 좋다고 해서 공장을 더 지었다가, 수요가 줄어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은 옳지 않다. 혼다는 차를 더 팔 수 있는데도, 처음부터 조금 모자라게 생산능력을 가져간다.” 한국의 경영자들로서는 뒤로 넘어갈 얘기 아닌가!

현대차 노조는 20년 동안 17차례나 파업을 했는데 혼다는 과연 어떨까? 후쿠이 사장은 파업은 고객을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노사 불가분’이라는 말을 여러번 강조했다. 회사를 위해 노사가 협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것은 그 다음 말이다. “그렇다고 노사간 경계선이 없어지고, 노조가 회사에 녹아버리면 안 된다. 혼다 노조는 자주·자율·자립 노조다.” 혼다 노조는 가입률 100%를 자랑한다. 사무직도 간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노조원이다. 현실적으로 힘센 노조가 존재하는 현대차로서는 노조 활동이 미약한 도요타보다는 혼다가 오히려 좋은 벤치마킹 모델인 듯싶다.

세계 자동차 업계 6위인 현대차는 글로벌 일류기업이 되는 게 목표다. 그러자면 현대차도 특유의 경영방식인 ‘현대 웨이’를 당당히 내세울 수 있어야 한다. 도요타와 혼다가 노사협력을 통해 독자적인 경영방식을 확립했듯이, ‘현대 웨이’는 노사불신의 청산에서 출발해야 한다. 비자금 조성 같은 후진적 경영행태와 기업 지배구조도 개선돼야 한다. 현대차는 노사관계 개선을 위해 최근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가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회가 노사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와 협력업체, 비정규직 등 여러 이해관계자까지 고려한 윈-윈의 해법을 내놓아 좋은 성과를 거둔다면, 기업 차원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는 일대 전기가 될 것이다. 현대차 노사가 바뀌면 후진적 노사관계에 머물러 있는 수많은 한국기업과 한국경제 전체를 바꿀 수 있는 ‘태풍의 눈’이 될 것이다.

곽정수/대기업전문기자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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