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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문학촌에는 문학의 향기를 / 최재봉

등록 2007-04-29 18:23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편집국에서
소설가 김주영씨의 고향 경북 청송에 ‘객주 문학테마타운’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객주〉는 김주영씨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9권짜리 대하소설이다. 조선 후기 보부상을 중심으로 백성들의 애환을 다루면서 그들의 눈높이에서 본 역사를 유장하게 풀어나간다.

경상북도와 청송군이 중심이 되어 추진하고 있는 ‘객주 문학테마타운’ 구상은 문학과 독자의 거리를 좁히는 한편 지역사회의 관광수입 증대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체적으로는 장터 거리를 재현하여 보부상들의 삶을 체험할 수 있게 하고, 〈객주〉와 김주영 문학 관련 자료를 전시하여 문학 교육의 장으로 구실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객주 문학테마타운’ 구상은 강원도 평창의 이효석문학관과 효석문화제의 성공에 고무된 바 크다. 평창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 덕분에 연간 2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여 100억원에 가까운 부가가치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 춘천의 김유정문학촌 역시 〈동백꽃〉과 〈봄·봄〉의 작가 김유정을 내세운 문학 관광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효석문학관의 성공에 먼저 자극받은 곳은 경기도 양평군이었다. 양평군은 경희대와 손잡고 내년까지 114억원의 예산을 들여 ‘황순원문학촌-양평 소나기마을’을 조성하기로 했다. 〈메밀꽃 필 무렵〉에 못지않은 ‘국민 소설’인 황순원의 〈소나기〉를 활용해 또 하나의 문학 관광 명소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두물머리에서 멀지 않은 서종면 수능1리에 징검다리, 섶다리 개울, 수숫단 오솔길 등 소설 〈소나기〉 속 주요 배경이 재현된다. ‘업고 건너는 길’에서는 인공 소나기가 뿌려지는 가운데 남자가 여자를 업고 지나는 소설 속 체험을 할 수도 있다.

‘객주 문학테마타운’과 ‘소나기마을’만이 아니다. 조정래씨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무대인 전남 보성 벌교에는 ‘태백산맥 문학관’과 문학공원이 조성되어 9월께 문을 열 예정이다. 벌교는 문학관 건립 전부터 〈태백산맥〉의 감흥을 현장에서 확인하려는 이들로 연중 북적여 왔던 터다. 지난 주말 ‘2007 이병주 하동국제문학제’가 열린 경남 하동에도 올 10월 ‘이명산 문학예술촌-이병주문학관’이 들어선다. 이밖에도 김승옥문학관(전남 순천), 신동엽문학관(충남 부여), 이문구문학관(충남 보령) 등이 속속 개관을 기다리고 있다. 바야흐로 작가와 문학작품이 관광자원으로 각광을 받는 시대다.

하동 평사리는 박경리씨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다. 10여년 전 처음 찾았을 때 입구에는 변변한 안내판 하나 없을 정도로 한적했다. 그렇지만 정겨운 초가와 구불구불한 돌담길로 이루어진 마을에서 소설의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연전에 〈토지〉가 텔레비전 드라마로 방영되면서 평사리는 세트장으로 탈바꿈했고 이제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수십 수백 대의 승용차와 버스들로 북적이는 관광지가 되었다.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가게가 들어서면서 동네 분위기도 흥청거리는 시장처럼 바뀌었다. 지역 주민들의 수입은 증대되었지만, 예전과 같은 호젓함을 맛보기는 어렵게 되었다. ‘객주 문학테마타운’과 ‘소나기마을’을 비롯해 현재 추진 중인 문학 관광 프로그램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대목이라 본다. 지역사회의 이익을 도모하면서도 문학 본연의 향기는 잃지 않는 사업 추진이 절실하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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