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편집국장
편집국에서
월요일 아침마다 여러분을 찾아가는 〈편집국에서〉의 성격이 오늘부터 바뀝니다. 시사 칼럼이 아니라, 신문을 만드는 저희들의 속내깊은 이야기를 전하는 자리입니다. 동시에 독자 여러분과 저희가 서로 교감하고 소통하는 ‘만남의 장’이기도 합니다.
글을 쓰려고 하는 자는 ‘스스로 속이지 않는 것’을 제1의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고 옛사람은 말했습니다. 글을 신문으로 바꿔도 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저희는 〈편집국에서〉를 통해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려 합니다. 왜 그런 편집 방향을 정했는지, 기사 판단의 잣대가 틀리지는 않았는지, 저희의 고민과 잘못은 무엇인지를 솔직담백하게 털어놓으려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질책하려 합니다. 글은 각 부문 편집장이나 팀장, 필요하면 일선 현장기자들도 직접 쓸 것입니다.
편지를 띄우면서 답장도 기다립니다. 독자 여러분이 보내주시는 편지들을 모아 ‘편집국에서를 읽고’를 내보낼 계획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립니다. 편견과 나태가 있으면 꾸짖어 주십시오. 생각이 다른 대목에 대한 기탄없는 의견도 보내주십시오. 더불어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고자 합니다.
창간 19돌 기념호인 5월15일치부터 바뀐 지면을 선보였습니다. 한달 남짓 편집국 구성원들이 머리를 짜낸 결과물입니다. 하지만 막상 지면개편호를 내보내고 나니 아쉬움만 남습니다. ‘더 좋은 지면’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갈증은 여전합니다. 그래도 몇가지 점에서는 다소 위안을 삼아 봅니다. 우선 증면을 통해 〈한겨레〉의 만성적인 단점인 ‘부피의 빈약함’을 약간은 해소했습니다. 욕심같아서야 지면의 양을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늘리고 싶지만, 어디 현실 여건이 그렇습니까? 그동안 많은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아온 〈18.0* 〉를 〈책과 생각〉으로 이름을 바꿔 토요일치 ‘신문안의 섹션’으로 배치한 것도 의미있는 시도라고 자평합니다. 지면의 전체 구성과 배치, 짜임새도 종전보다 탄탄해졌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지면개편의 핵심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라는 점을 말입니다. 지면의 순서를 바꾸고, 디자인을 손질하는 것도 결국은 좋은 콘텐츠를 독자들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편’일 따름임을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목요일마다 발행되는 매거진 〈Esc〉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제호를 영어로 쓰는 문제를 두고는 편집국 안에서도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습니다. 한글 신문을 표방하는 〈한겨레〉로서는 파격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별지 섹션에서 그 정도의 파격도 용인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 교조주의적 아니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소 께름칙함을 무릅쓰고 〈Esc〉로 정했습니다. 영어 제호가 못마땅하신 독자분들께서는 일단 노여움을 접어주십시오. 더욱 알차고 유용하고 재미있는 내용으로 빚갚음을 하려 합니다.
올해가 우리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한해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정치는 방향을 점치기 어렵게 안갯속에서 요동치고 있고, 경제·사회적으로도 온갖 이슈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소용돌이는 결국 대선이라는 최대의 결전장을 향해 흘러가고 있습니다. 〈한겨레〉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의식을 느낍니다. ‘대선과 진보’는 올해 〈한겨레〉의 최대의 화두입니다. 시대정신을 놓치지 않는 치열한 기사들로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려 합니다. 그러면서도 맛깔스럽고, 읽는 묘미가 배어나는 기사들에 대한 관심도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 지켜봐주십시오. 그리고 격려와 질책을 아끼지 말아 주십시오.
김종구 /편집국장 kjg@hani.co.kr
김종구 /편집국장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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