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사진부문 편집장
편집국에서
사진 한 장으로 신문 한 면을 채우는 ‘이순간’이 지난해 11월21일 첫선을 보인 뒤 31회를 맞았습니다.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 화통’이 임진각으로 옮겨지는 모습으로 시작된 ‘이순간’은 지난 12일치 ‘경산 민간인 학살 유해발굴 현장’에 이르기까지 ‘사진 한 컷 지면’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한겨레〉가 이런 파격적인 지면을 만든 연유는, 독자 여러분께 적어도 한 주일에 한 번쯤은 사진전에 간 것 같은 느낌을 드리고자 함입니다. 보도 사진전이나 다큐멘터리 사진전 등이 열리는 전시장을 찾아 커다란 사진 앞에 서면, 그냥 사진을 볼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다가옵니다. 크기에서 뿜겨나오는 힘과 세밀한 부분까지 식별할 수 있는 정교함에 가슴이 울렁거립니다. 결혼 사진첩 속의 신랑·신부 사진과, 침대 머리맡에 걸어놓은 실물 크기의 신혼 사진이 아주 다른 느낌을 주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순간’이 시도한 또하나의 파격은 가로 사진을 실을 때, 옆으로 눕혀 쓰는 것입니다. 그렇게 지면을 만들어놓으면 독자분들로서는 신문을 볼 때 옆으로 돌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지난 8개월 동안의 ‘이순간’ 지면을 되돌아보니 열세 차례나 사진을 돌려 실었더군요. 사실, 사진과 동영상 등 대다수의 이미지들은 가로 형태를 띠는 게 보통입니다. 사람의 눈의 위치상 가로 사진이 찍기에나 보기에 편한 것이지요. 저희가 독자 여러분께 불편을 끼치면서까지 굳이 가로 사진을 돌려 싣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세로로 된 신문 지면에 맞추느라 가로 사진의 크기를 줄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순간’의 기획 취지를 살리려다 보니 독자 여러분께 다소 무례를 범하고 있음을 널리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때론 ‘이순간’이 전면광고인 줄 알고 그냥 넘겼다는 독자분들도 종종 만나곤 합니다. 요즘 광고는 주목성을 높이려고 기사 형태를 본뜨는 경향이 있습니다. 광고사진도 유명한 모델의 연출된 모습보다 우리 주변 이웃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담는 경우가 많습니다. 광고와 혼동된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 차별성 있는 ‘이순간’을 만들고자 노력할 작정입니다.
이 지면이 처음 나왔을 때,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인 이들은 다른 신문사 사진기자들과 보도사진에 관심이 있는 사진가들이었습니다. “충격적이다”, “참신하다”는 칭찬에서부터 “이런 시도가 얼마나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걱정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순간’이 계속 활기차게 운영되는 것을 보면서 걱정하는 이들의 반응도 “부럽다”, “우리도 해 보고 싶다”는 쪽으로 돌아섰습니다. 해서 저희는 다시 한번 변신을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5월17일치부터 ‘이순간’을 모든 이에게 개방했습니다. 관련된 알림 글도 지면 상단에 싣고 있습니다. 그동안 매그넘의 이언 베리 등 외부 사진가의 사진도 몇 차례 실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바깥쪽의 참여가 부족합니다. 특히, ‘우리 곁의 들꽃들’(6월7일치)이 보도된 뒤 꽃 사진을 보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한 번 실린 소재는 반복해 쓰기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 새로운 소재의 사진을 보내 주시길 바랍니다. 굳이 사진이 아니라도 ‘다뤄 봤으면 좋겠다’는 소재나 내용을 메모로 보내주셔도 좋습니다.(moment@hani.co.kr)
사진을 일컬어 ‘삶을 잘라낸 단면’이라고 말합니다. 잘라 보고 싶은 곳이나 대상이 있으면 알려주십시오. 또 직접 잘라 보십시오. 〈한겨레〉 지면 한복판의 ‘전시장’에 멋지게 걸어드리겠습니다. 독자와 기자의 안목이 겨루는 경쟁의 공간, 여러분의 제보가 사진으로 형상화하는 협력의 공간으로 ‘이순간’의 전시장은 더욱 풍부해질 것입니다.
이정우 /사진부문 편집장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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