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 스포츠부문 편집장
편집국에서
경기도 광주에 사는 회사원 조정식(50)씨는 매일 아침 5시면 일어나 미사리 조정경기장 뒤 둑방길에서 ‘걷고 뛰기’를 합니다. 8㎞ 거리를 벌써 하루도 빠짐없이 6년째 달리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176㎝ 키에 몸무게 110㎏, 허리둘레는 44인치나 됐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헉헉’ 거친 숨소리가 터져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그가 요즘은 8㎞를 1시간30분에 돌파합니다. 몸무게 90㎏에 허리 37인치로 체형도 구조조정이 됐습니다.
주부이자 조그만 회사의 시이오(CEO)인 김미희(50·서울 강남구 도곡동)씨의 일과에서도 운동은 빠지지 않습니다. 집 근처 양재천 걷기와 자전거 타기에, 틈만 나면 스포츠센터에서 요가와 수영을 합니다. 사는 곳과 직업이 다르고 빈부의 격차는 있을지라도, 땀을 흘리면서 이들이 얻는 건강과 희열은 똑같습니다.
얼마 전 15년간의 선수생활을 접고 지도자의 길을 택한 여자배구 국가대표 최광희씨와 점심을 함께 한 적이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선수생활은 연습 때나 경기 때나 땀의 연속이었던 같다. 앞으로는 기 수련도 하면서 후배들을 지도하고 싶다”는 그의 말에, 마침 동석했던 <한겨레> 종교전문기자가 “땀 흘리는 게 최고의 수행이지요. 마음과 입은 거짓말을 하지만 땀은 정직하지요”라고 화답하더군요.
그렇습니다.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도 바로 땀의 정직함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한겨레> 스포츠 기자들이 늘 고민하는 것도 땀 흘리는 사람들과 그들의 땀 얘기를 어떻게 하면 좀더 실감나게 전달할까입니다. 선수들뿐 아니라 감독과 관중들, 또는 기록원이나 구단 관계자 등 스포츠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숨소리까지 생생하게 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이 독자 여러분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한겨레> 스포츠면이 ‘땀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은 자부하고 싶습니다.
저희 신문 스포츠면 모니터 위원으로 활약하는 나현유님의 이런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한국 축구가 더 본받아야 할 점은 맨유 선수들의 현란함과 개인기가 아니라 기본에 충실한 이들의 프로정신이 아닐까? 그것이 친선경기든 월드컵이든 아시안컵이든, 프로다운 집중력과 아름다움이 가장 본받을 점이다.”
그렇습니다. 저희 <한겨레> 역시 땀의 대가를 정직하게 보상받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들께 전달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승부도 중요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감동적인 모습을 더욱 돋보이게 보도한다, 인기 프로경기 편중에서 벗어나 아마스포츠나 소외종목에도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눈으로 보는 스포츠를 떠나 실제로 독자들이 직접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것들이 바로 <한겨레> 스포츠면의 지향점입니다.
물론 여기에도 종종 어려움은 있습니다. <한겨레> 스포츠 기자들의 고민을 들어보시죠.
“독자들은 스포츠 담당기자가 거의 마니아 수준으로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기자들이 여러 종목을 담당하다 보면 취약한 부분도 있고, 마니아보다는 더 모르는 경우가 많지.” “그런 것 때문에 자잘한 실수가 종종 생기지요. 사실 잘 모르면서도 기사를 써야 할 경우도 있고요.” “그럼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독자와 기자가 함께 만드는 스포츠면!’ 스포츠면의 모니터 위원으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언제든지 기탄없는 의견을 보내 주십시오.
이상기 스포츠부문 편집장 amig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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