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권/온라인뉴스팀장
편집국에서
“9월6일 ‘외국인 며느리와 함께’라는 사진기사를 비롯해, <한겨레>는 결혼 이민자 여성에 관한 기사를 쓸 때 남성 집안 웃어른의 자리에서 그들을 서술하고 있다. 누가 <한겨레>에 결혼 이민자 여성에 대하여 시집어른의 자리를 주었는가. 한국에 결혼하여 오는 외국인 여성에게 한국은 ‘남편의 나라’로 동등관계일 뿐이지, 한국 사회가 그들을 ‘며느리’라고 마구 불러도 되는 ‘시어른’의 자리에 있지 않다. 그들은 한국에 온 ‘신부’이다. ‘이주 노동자·결혼 이민자를 차별하지 말라’고 주장한들 <한겨레>가 이런 시선을 갖고 있다면, 이는 동정일 뿐 진정한 인간존중이라 하기 어렵다.”
인천의 30대 여성 독자가 인터넷을 통해 지적해 오신 내용입니다. 결혼 이민자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열린 시각을 전달하려 애써 왔다고 자부하는 저희로서는 정말로 뜨끔할 수밖에 없었던 날카로운 질책입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질과 양 모든 면에서 크게 늘었습니다. 소수의 열성 독자가 편지와 전화로 기사에 대해 의견을 표시하던 때와 달리, 이제 수많은 보통 독자들이 인터넷으로 손쉽게 기사에 반응합니다. 자연히 기자들이 생각하지 못한 해석과 시각을 댓글에서 보게 되는 경우도 늘었습니다. 종이신문으로 읽은 기사이지만 다른 이들의 생각을 알고 싶어 인터넷 댓글을 일부러 찾아 읽는다는 독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논쟁이 되는 기사일수록 인터넷의 반응은 더욱 뜨겁습니다.
최근에는 아프간 피랍자들과 한국 기독교의 공격적 선교를 비판적으로 조명한 기획기사(9월4일치), 인터넷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문국현 열기를 분석한 기사(9월1일치)에 댓글이 유난히 활발했습니다. 이들 기사에는 수백~수천 개에 이르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이처럼 민감도가 높은 주제의 기사에 대한 독자의 반응은 찬반 의견 제시를 넘어 구체적인 편집방향을 조언하는 데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국현을 통해 새로운 희망과 열정을 느끼게 되었다. 한겨레, 너무 인색하다. 지지율 10%가 넘어야 제대로 다뤄줄 건가. 언론은 객관성과 중립성도 중요하지만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aldk5)
“오늘 신문 통합신당 기사에는 손학규 후보만 너무 집중돼 나왔다. 9명이 나왔는데 똑같이 지면을 할애해야 하는 것 아닌가.”(이아무개씨)
기계적 중립성 요구에서 지면을 통한 적극적인 정치현실 개입 희망까지, 독자들 사이의 거리는 멀고 <한겨레>에 대한 요구는 다양합니다.
개신교 일부 교파의 공격적 선교를 다룬 기획기사에는 용기 있는 보도라는 동의도 많았지만, 반대 의견도 많았습니다. “잘못된 것을 비판하는 게 언론 역할이지만 기독교에도 양보할 수 없는 신앙관이 있다. 기사는 그것을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것 아닌가. 잘못된 선교방식이나 비리 문제를 옹호하는 게 아니다. 불교나 이슬람교에도 고수해야 할 가치가 있다. 그것을 신문이 입맛에 맞는 의견 몇 개를 들어 대세의견인 양 현혹하면 되나.”(purelaw) 찬반논쟁이 불꽃 튀는 댓글은 기사를 더욱 역동적으로 만듭니다. 인터넷 공간을 통해 표출되는 다양한 시각의 독자 반응은 토론이 활성화하지 않은 한국 사회가 민주주의를 학습하는 마당이자 신문 제작의 좋은 참고물이기도 합니다. 지면에 곧바로 수용되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사안을 다시 한번 뒤돌아보게 만드는 좋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저희는 지면에 대한 의견과 투고·제보를 고객센터(1566-9595)와 인터넷을 통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독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는 안일과 타성의 늪에 빠져들려는 저희를 일깨우는 죽비입니다. 구본권/온라인뉴스팀장 starry9@hani.co.kr
개신교 일부 교파의 공격적 선교를 다룬 기획기사에는 용기 있는 보도라는 동의도 많았지만, 반대 의견도 많았습니다. “잘못된 것을 비판하는 게 언론 역할이지만 기독교에도 양보할 수 없는 신앙관이 있다. 기사는 그것을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것 아닌가. 잘못된 선교방식이나 비리 문제를 옹호하는 게 아니다. 불교나 이슬람교에도 고수해야 할 가치가 있다. 그것을 신문이 입맛에 맞는 의견 몇 개를 들어 대세의견인 양 현혹하면 되나.”(purelaw) 찬반논쟁이 불꽃 튀는 댓글은 기사를 더욱 역동적으로 만듭니다. 인터넷 공간을 통해 표출되는 다양한 시각의 독자 반응은 토론이 활성화하지 않은 한국 사회가 민주주의를 학습하는 마당이자 신문 제작의 좋은 참고물이기도 합니다. 지면에 곧바로 수용되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사안을 다시 한번 뒤돌아보게 만드는 좋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저희는 지면에 대한 의견과 투고·제보를 고객센터(1566-9595)와 인터넷을 통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독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는 안일과 타성의 늪에 빠져들려는 저희를 일깨우는 죽비입니다. 구본권/온라인뉴스팀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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