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주/ 여론조사 담당기자
편집국에서
“<한겨레> 여론조사 정확한 겁니까? 밑바닥 분위기와는 영 다른 거 같은데 ….”
여론조사 보도가 나가는 날이면 이런 불만스런 전화가 많이 옵니다. 저희는 올해만 모두 23차례의 대선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독자나 후보 쪽의 항의 전화 빈도와 강도는 여론조사 빈도에 정비례하는 듯합니다. 특히 올해부턴 투표일 일주일 전까지 여론조사를 실시해 공개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기 때문에 독자와 후보 쪽의 반응은 더욱 민감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내놓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현재의 전화 면접 방식이 적절한가 하는 의문입니다. 집 전화를 통해 이뤄지는 여론조사가 과연 휴대전화 시대의 여론을 정확히 잡아낼 수 있느냐는 얘기지요.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2003년 <한겨레> 조사를 보아도, 전국 성인남녀의 88% 이상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반면 전체 가구의 집 전화 등재율은 56%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상당수 독자들은 휴대전화 여론조사를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휴대전화 여론조사는 아직 어려움이 많습니다. 전 국민의 휴대전화 데이터베이스가 먼저 마련되어야 하는데, 현행 법은 휴대전화 번호의 공개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의 기본인 정확한 모집단 추출을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휴대전화를 선거 여론조사에 포함시키는 문제는 계속 고민해야 하지만, 지금 당장은 도입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집 전화번호 등재율이 56%에 머물긴 하지만, 전체 여론조사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변수는 되지 않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집 전화를 공개하지 않는 나머지 44%도 정치적 성향이 다양하게 고루 섞여 있기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에는 큰 차이가 없을 거라고 말합니다.
더욱 큰 논란은 여론조사 응답률이 10~20%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응답률이 낮은 여론조사가 과연 유권자의 뜻을 정확히 반영하겠느냐는 질문이지요.
아무런 기준 없이 무작위로 응답자를 선택하는 ‘단순 무작위 방식’에선 응답률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전화 여론조사에선 미리 전국민 인구비례에 맞춰서 성·연령·지역 등 주요 변수들을 고려해 응답자 모집단을 선정합니다. 전문용어로는 ‘비례할당 방식’이라고 합니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응답률이 낮더라도 여론조사의 신뢰성이 크게 훼손되지는 않습니다. 5년 전 대선 여론조사에서도 응답률은 대부분 10% 안팎이었습니다. 그래도 최종 선거 결과 예측에선 1~3%포인트 정도의 오차가 발생했을 뿐입니다.
물론 현재의 여론조사 기법이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계속되는 집 전화 보급률의 감소, 직업·계층의 편향성 우려, 전화면접 시간의 문제 등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은 타당합니다. 현재 학계에선 집 전화번호 등재율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확률적으로 가능한 숫자 조합을 무작위로 만들어 가상 전화번호들을 생성하는 아르디디(RDD·Random digit dialing) 방식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방식이 충분한 검증을 거친다면, 저희도 적극적으로 도입할 생각입니다.
여기서 꼭 하고 싶은 말은 여론조사는 선거를 좀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도구일뿐, 후보자를 선택하고 평가하는 도구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여론조사의 기초를 이루는 확률이론에 따르더라도 스무 차례의 여론조사를 하면 한 번은 표집오차 때문에 실제 여론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한계를 고려해 여론조사 보도를 본다면 더욱 좋은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화주/ 여론조사 담당기자 holly@hani.co.kr
여기서 꼭 하고 싶은 말은 여론조사는 선거를 좀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도구일뿐, 후보자를 선택하고 평가하는 도구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여론조사의 기초를 이루는 확률이론에 따르더라도 스무 차례의 여론조사를 하면 한 번은 표집오차 때문에 실제 여론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한계를 고려해 여론조사 보도를 본다면 더욱 좋은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화주/ 여론조사 담당기자 hol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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