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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한겨레의 ‘습관성 반대’?

등록 2008-01-21 09:09수정 2008-01-21 09:15

최근 ‘한반도 대운하 건설 이래서 안 된다’는 기획기사가 잇따라 나가자, 많은 분들이 ‘<한겨레>가 문제를 제대로 짚었다’며 칭찬과 격려를 보내주셨습니다. 특히, 운하의 미래 이용자가 될 화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보도의 파장은 컸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대운하 관련 기사 중 가장 구체적이고 실증적이라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독자분들 중에는 “한겨레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고 지적하는 분도 꽤 있었습니다. 청계천 복원도 반대하더니, ‘습관성 반대’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2002년 1월, 한겨레는 청계천 복원을 새해 화두로 제시했습니다. 개발시대의 상징이던 청계천을 친환경의 상징물로 되살리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시민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당시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75%가 찬성했습니다. 녹색연합·환경운동연합, 청계천살리기 연구회 등 시민·환경단체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습니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은 한겨레 지면을 통해 “죽은 청계천에 새생명을 불어넣자”고 호소했습니다.

당시 수도권팀장이었던 저는 이명박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를 만났습니다. 이 시장 후보는 그 자리에서 “현대건설이 청계천을 복개했는데 현대건설 출신인 내가 이것을 걷어내는 게 순리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그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뒤 시장 선거에서 이 후보는 ‘청계천 복원’을 제1의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청계천 복원 공약은 이 후보를 시장으로 만들어준 1등 공신이었습니다. 김민석 당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등은 “한겨레가 청계천 복원 문제를 집중적으로 기사화해 이명박 후보를 돕는다”고 몇차례나 항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선거에 영향을 주려고 청계천 기사를 쓴 게 아니었습니다. 청계천 복원을 환경시대의 진입을 알리는 나팔소리로 삼자는 생각뿐이었습니다.

6년 후인 지금, 저희는 이명박 당선인이 추진하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의 부당성을 강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운하 이용자가 될 화주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77%가 ‘필요 없다’고 답했습니다. 어떤 화주는 “운하요? 단체로 뱃놀이 갈까요?”라고 냉소를 날리더군요. 토목·수리 분야의 전문가들도 반대 의견이 휠씬 많습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청계천을 복원할 때도 많은 반대자들을 4천번 넘게 만나서 설득했다”며 운하 건설에 강한 애착을 보였습니다. 다 아는 일이지만, 이 당선인은 설득만으로 그 일을 추진한 게 아닙니다. 당시 서울시는 공무원과 철거 용역업체 직원, 경찰 등 8천여명을 동원해 청계천 복원공사 구간의 노점들을 강제로 철거했습니다. 그래도 명분이 좋다 보니까 밀어붙이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낮았을 뿐입니다.


지금 이 당선인 쪽은 청계천 복원의 성공사례를 대운하 사업 추진의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운하 사업과 청계천 복원은 정반대 논리 위에 서 있습니다. 청계천이 친환경이라면 대운하는 개발지향입니다. 청계천 복원 논리대로라면, 콘크리트를 쏟아부어 대운하를 건설할 게 아니라 오히려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의 불필요한 댐이나 인공 구조물을 걷어내야 합니다. 청계천 복원의 참다운 정신은 사라지고 사업추진 과정에서 폐해로 지적된 목표지상주의, ‘불도저 정신’만 남은 게 아닌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허종식/지역부문 편집장 jongs@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 화물운송업체 77% “대운하 필요없다”
▶ “1분1초가 아까운데 어떻게 ‘운하’ 이용하겠느냐”
▶ 경부운하 98㎞ 구간 홍수 오면 ‘범람 위기’
▶ 여주 홍수위 높아져 집중호우 땐 ‘물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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