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만 여론미디어팀장
편집국에서
<한겨레>가 최근 다른 신문의 보도를 문제삼은 기사를 잇달아 내보낸 게 눈에 띄었던 모양입니다. 미디어 전문 주간지인 <미디어 오늘>은 이를 두고 ‘한겨레, 연이은 보수신문 비판 … 여론매체부 부활?’이란 제목의 기사를 썼더군요.
한겨레는 지난 19일치에서 <중앙일보>의 삼성특검 관련 보도를 문제삼았습니다. ‘일방적인 삼성 편들기’로 언론의 정도를 넘어섰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한 주 전에는 이른바 조·중·동 보수언론의 ‘최시중 구하기’ 보도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5년 전 ‘노무현 대통령의 사람’이었던 서동구씨를 한국방송 사장에 내정했을 때 자신들이 취했던 보도 태도와는 판이한 논조를 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최측근입니다. 방통위원회는 공영방송 경영진을 인선하고 방송사 경영과 편성 전반을 감독하게 됩니다. 위원장은 공영방송 사장 이상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이런 상식을 일부 매체들은 애써 외면했습니다. 오히려 ‘좌파’의 검증 공세, 이데올로기 공방으로 매도했습니다. 이날 한겨레는 <동아일보> 내부에서 자사 보도가 일방적인 새 정부 치켜세우기에 치우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사실도 알렸습니다.
이런 매체비평 강화 노력은 일단 언론계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듯합니다. 미디어 오늘은 “매체비평 강화 움직임 긍정 평가”라고 했더군요. 동아일보 내부의 자성 보도 기사는 미디어 오늘과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서 따라 보도했고, 민주언론 시민연합은 ‘동아일보 노조의 자기 성찰, 반갑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기도 했습니다.
지난 13일 한겨레 편집국에 편집국장단 직속으로 여론미디어팀이 생겼습니다. 2년 전 여론매체부를 해체하고 여론팀은 논설위원실로, 미디어팀은 편집국 문화 부문으로 나눴으나 다시 두 기능을 합쳐 새로운 팀을 만든 것이죠. 담당 기자나 해당 면이 늘어나지는 않았으나 편집국 책임자가 바로 이 팀을 관할하도록 했다는 게 개편의 특징입니다. 최근 잇다른 매체비평 기사는 이런 흐름 속에 있습니다.
사실 한겨레는 언론에 매체비평 개념을 도입한 최초의 언론사입니다. 창간 이후 오랫동안 여론매체부라는 부서를 통해 다른 매체의 보도 태도와 미디어 정책을 두고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낯설기만 했던 매체비평이 점차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게 된 것은 한겨레의 이런 ‘선도 투쟁’ 공로도 있다고 봅니다.
동종업계의 행태를 직접 비판하는 일은 사실 껄끄러운 일입니다. 매일 얼굴을 보는 사람들인데, 마음이 편할 수는 없죠. 아울러 그 비판의 화살은 부메랑이 돼 저희에게 되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는 너희는 떳떳하냐”는 손가락질을 못 견디면 매체비평은 불가능합니다.
한겨레의 매체비평 강화 방침에 “반갑다”는 반응을 밝힌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은 이렇게 강조하더군요. “새 정부에서 보수·부자 신문들이 정권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최시중 방통위원장 체제에서 방송 프로그램이 균형을 잃어 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언론 스스로의 감시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겁니다.”
그동안 한겨레 지면에서 꾸준히 매체비평 기사가 나갔지만 새삼스럽게 매체비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저희들 스스로 다짐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상식과 정도를 내던지고 ‘흉기’로 돌변한 매체들을 꾸짖는 것은 사회의 공기라는 언론의 사명에 충실하겠다는 우리들의 각오를 확인하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강성만 여론미디어팀장 sungman@hani.co.kr
그동안 한겨레 지면에서 꾸준히 매체비평 기사가 나갔지만 새삼스럽게 매체비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저희들 스스로 다짐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상식과 정도를 내던지고 ‘흉기’로 돌변한 매체들을 꾸짖는 것은 사회의 공기라는 언론의 사명에 충실하겠다는 우리들의 각오를 확인하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강성만 여론미디어팀장 sungm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