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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국회의원 아무나 한다?

등록 2008-04-09 08:17수정 2008-04-09 09:02

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 칼럼
오늘은 제18대 국회의원을 뽑는 날이다. 299명의 새 국회의원들이 앞으로 4년 동안 대한민국의 법률을 만들고 국가 예산을 편성한다. 제헌국회는 200명으로 출발했다. 박정희 시대에 175명까지 줄었다가 차츰 지금의 숫자로 늘어났다.

‘국회의원이 되려면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 나야 한다’는 말이 있다. 국회의원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매우 특수한 직업이다. 국회의원처럼 집단적으로 미움을 받는 사람들도 드물 것이다. 동네북이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갈아 엎어야 한다거나, 국회의원도 수입해야 한다는 험한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정말 그런가? 국회의원, 정치인에 대한 몇 가지 ‘오해와 진실’이 있다.

첫째,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럴까? 아니다. 정치인들은 일상적인 감시를 받는다. 어항 속 금붕어다. 재산 증감분을 매년 신고해야 한다. 가끔 피감기관의 식사대접이나 술대접을 받지만 언론의 촉수에 걸려들면 ‘작살’이 난다. 골프장 종업원에게 폭력을 행사하면 공천을 받지 못한다. 항상 조심할 수밖에 없다.

일반인들이 정치인들보다 깨끗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구나 돈이 생기면 부동산 투자를 생각한다. 약간의 편법도 무릅쓴다. 그게 바로 부동산 투기다. 도덕성의 화신이어야 할 대학 교수들은 어떤가? 총장 선거 때가 되면 향응이 횡행한다. 후임 교수 한 사람 뽑는데 추악한 권력투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누가 정치인들을 욕할 수 있을까?

둘째, 정치인은 게으르다는 이미지가 있다. 아니다. 대부분의 정치인은 부지런하다. 요즘처럼 선거철이면 말할 나위가 없다. 피를 토하며 유세를 하고 다닌다. 손목 골절이 생기고, 허리 디스크가 재발한다. 가히 초인적이다. 국회의원이 되면 의정활동도 허투루 할 수가 없다. 시민단체가 의원들의 활동에 점수를 매긴다. 신문이나 방송에 나는 기사 한 줄을 위해 보좌관들과 머리를 싸매야 한다.

셋째, 정치인은 무능하다는 비판도 받는다. 하지만 대개는 무능하지 않다. 정치인들은 이해 관계가 걸린 사람들의 말에 쉽사리 현혹되지 않는다. 갈등을 조정하는 데는 거의 귀신의 경지에 올라 있다. 어떤 정치인들은 첨예한 대립 상황에서 ‘창조적 대안’을 제시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

정치인도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전문직이다. 오래 해야 잘한다. 정치인은 확실히 ‘공익’을 많이 생각한다. 동네 약수터에 가면 빗자루질 한 번이라도 더 한다.


그런 정치인들을 유권자들이 외면하고 있다. 정치 혐오증이라는 잘못된 선입관 때문이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50%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투표할 생각이 없다’는 응답자에게 이유를 물었다. ‘투표를 해도 바뀌는 것이 없어서’ 36.1%, ‘정치에 별다른 관심이 없어서’ 22.1%,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서’ 15.4% 순이었다.

하지만 차근차근 따져보자. 투표를 하면 바뀌는 것이 많이 있다. 정권이 바뀌면, 정치인들이 바뀌면, 바로 ‘나의 삶’이 바뀐다. 내가 어느 계층, 어느 분야에 속하느냐에 따라, 일자리가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 세금이 오르거나 내려간다. 복지 혜택도 달라진다.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다.

정치는 경제·행정·사법·문화의 상위 개념이다. ‘공동체의 삶’이 곧 정치다. 정치 무관심은 나 자신과 공동체의 삶에 관심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오늘은 투표일이다. 정신을 차리고 투표장으로 달려가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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