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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대변이냐, 똥이냐

등록 2005-04-21 19:16수정 2005-04-21 19:16

축제의 달이 다가온다. 5월이면 전국이 축제 열기로 달아오른다. 많은 대학 교수들이 5월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축제 소음’ 탓에 수업하기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교수들조차 ‘이 축제만큼은 조금 더 시끄러워져도 되는데’ 하고 아쉬워하는 축제가 있단다. 바로 5월 1일, 노동절이다.

‘2005 외국인 노동자 축제’가 5월 1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코너는 ‘한국어 퀴즈’이다. 경제적인 이유로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돈을 벌고 있는 친구들과 모의 퀴즈대회를 연 결과, 두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알고 있는 단어가 생각한 것보다 많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알고 있는 단어의 대부분이 외래어, 일본식 한자어라는 것이다. 그들의 입에서 ‘똥’이라는 답변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문제를 냈건만, 그들은 ‘대변’이라 한다. “와....어려운 단어인데! 정말 잘 하시네요.” 그 자리에서 그렇게 말한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집에서 찾아보니 ‘대변’은 ‘똥’의 일본식 한자어였던 것이다. 회식을 하는데, 좀 전의 ‘대변’문제의 주인공이 내 모자를 가리키며 한마디 한다. “예뻐! 메이커야?”

우리말은 36년 간 지하에서 살았다. 36년이라는 세월은 ‘분필’을 ‘백묵’으로, ‘칠판’을 ‘흑판‘으로, 그리고 ’칼라‘를 ’에리‘로 변하게 했다. 우리말이 벗어야 할 유령이 바로 이런 일본식 한자어와 일본식 외래어이다. 이번 축제를 준비하면서,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 친구들과 지내면서 평소 우리말을 찾아 쓰리라는 다짐을 하게 됐다. 내 글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일본식 한자어 때문에 마침표를 찍기 괴롭다.

김수연/ 경기 광주시 초월면 산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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