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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만 여론미디어팀장
편집국에서
“올 것이 왔다!”
감사원이 지난 21일 보수단체 쪽의 청구를 받아들여 <한국방송>에 대한 감사 착수를 전격 결정했을 때 떠오른 말입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끈질기게 계속돼 온 정연주 한국방속 사장 밀어내기 작전에 드디어 감사원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한겨레>는 다음날 감사원의 이 결정을 ‘표적 감사’로 규정하고 1면 머릿기사로 다뤘습니다. 국민 감사청구 제도를 교묘하게 활용한 정치적 목적의 감사라는 게 저희들의 판단입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계속돼 온 ‘정연주 목조르기’는 전방적위적이고 집요합니다. 대통령의 멘토인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김금수 한국방송 이사장을 만나 정 사장의 조기 퇴진을 논했다는 얘기가 김 이사장의 전언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정 사장의 조기 퇴진에 반대하는 한국방송의 한 이사는 소속 대학으로부터 이사직에서 물러나라는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이 대학에 감사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원호사격을 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한국방송 출신인 청와대의 방송 담당 언론비서관은 한술 더 떴습니다. 한때 한솥밥을 먹던 한국방송 기자를 만나 “지금(정 사장 체제)으로는 안 된다. 김아무개 선배밖에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 캠프의 방송전략실장을 지낸 김아무개씨는 이미 차기 한국방송 사장으로 내정되었다는 설이 파다합니다.
새 정권의 정연주 몰아내기 작전이 본인의 완강한 거부의사에 부닥쳐 별다른 묘책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게 감사원입니다. 연말에 한국방송 감사가 예정돼 있었는데도 그렇게 급박하게 감사를 할 이유가 있다면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감사원은 보수단체가 감사를 청구한 지 일주일 만에 특별한 이유 없이 감사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감사원의 이번 결정은 더욱 강화된 ‘권력의 사병화 시대’가 다시 시작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게 합니다. 독재정권 때도 ‘정치 검찰’, ‘정치 경찰’이란 말을 있어도,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정치 감사원’이란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정부는 감사원을 가장 정치적인 집단으로 전락시키고 말았습니다.
독재정권 시절, 권력의 언론통제 방식은 당근과 채찍이었습니다. 하지만 6월항쟁 이후,이런 식의 언론 길들이기는 힘을 잃어갔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명박 정부 들어 스멀스멀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청와대나 방통위가 직접 나서 비판보도나 댓글을 통제하려고 합니다. 정부 광고마저 비판언론을 길들이는 데 동원하려고 한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웬일인지 지난 정권에서 언론의 무한 자유를 소리 높여 외쳤던 보수언론은 꿀먹은 벙어리가 됐습니다. 자유의 잣대가 달라져서일까요. 아니면 현정권이 손에 쥐고 있는 당근에 온통 맘을 빼았겨서일까요.
요즘 공영방송은 보수 신문들이 과독점하고 있는 여론시장의 균형추 구실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면이 현정권이 필사적으로 공영방송을 관영방송으로 되돌려놓으려는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방송 사장의 거취는 단지 한 언론사 사장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겨레가 현정권의 정연주 사장 몰아내기 공세에 단호하고 예민하게 대응하는 것은 그것이 방송 민주화의 후퇴와 관련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강성만 여론미디어팀장 sungman@hani.co.kr
요즘 공영방송은 보수 신문들이 과독점하고 있는 여론시장의 균형추 구실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면이 현정권이 필사적으로 공영방송을 관영방송으로 되돌려놓으려는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방송 사장의 거취는 단지 한 언론사 사장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겨레가 현정권의 정연주 사장 몰아내기 공세에 단호하고 예민하게 대응하는 것은 그것이 방송 민주화의 후퇴와 관련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강성만 여론미디어팀장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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