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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균형자 이전에 국제시민의식을

등록 2005-04-27 20:02수정 2005-04-27 20:02

며칠 전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 외국인을 만났다. 마침 특별히 할 일도 없었기에 그에게 말을 걸어 봤다. 서툰 영어로나마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차에 내가 한국인들이 친절하지 않으냐고 묻게 되었다. 평소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인정이 많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그가 당연히 ‘예스’라고 대답할 줄 알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대답은 단호한 ‘노’였다. 예의상이라도 ‘예스’라고 대답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그의 단호한 태도가 무척 당황스러웠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어봤더니 그는 한국 사람들이 너무 무뚝뚝하며 외국 사람을 싫어하는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그것은 단지 한국 사람들이 수줍어하기 때문이지 절대 외국 사람들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도 계속 그는 ‘노, 노’를 연발했다. 은근히 부아가 치민 나는 다시 한번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가 하는 말이 정말 충격적이었다. 한국인들이 자기한테 욕을 하거나 침을 뱉은 적이 많을뿐더러, 심지어는 구타까지 한 적이 있다는 것이 아닌가! 나는 순간 너무 창피해서 할 말이 없었다. 나 자신이 캐나다에 잠깐 다녀왔을 때 그와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어서 그의 기분이 어떨지 짐작이 갔다. 게다가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냐”고 하자 그는 신고를 하기는 했는데 자기가 전화를 걸면 경찰이 바로 전화를 끊는다고 했다.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우리나라 경찰서에 영어로 신고를 하면 받아 줄 것 같지가 않았다.

요즘 ‘동북아 균형자 역할론’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진정한 동북아 균형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먼저 국제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외국인에게 침을 뱉고 욕설을 퍼부은 한국인이나 영어로 된 전화를 받았다고 바로 끊어버리는 경찰관 같은 한국인들만 있어서는 우리나라가 절대로 동북아의 균형자 구실을 할 수 없다. 내가 먼저 외국인에게 마음을 열고 스스럼없이 다가가지 않는 한 동북아 균형자론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일 수밖에 없다.

천범민/수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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