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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인의마을] 세다가 새는 / 김사이

등록 2008-09-21 18:00

시인의마을
땅거미 가만가만 내려앉는

구종점 네거리 언덕배기 인력사무소 앞에

야전가방 하나씩 둘러멘 사람들

오야지를 에워싸고

내밀어진 손들에 하루치 몸값이 착착,

20년 날일 쫑내고 낙향한

노총각 조씨가 툴툴거리며 그랬던 것처럼

센다 천 원짜리 닳고 닳도록 세고 또 세 본다


아무리 세어도 한 장이 두 장, 열 장이 되지는 않고

하루를 세고 열흘을 세고 일 년을 세며

생을 셈해 보며 탁 풀리는

손 안에 움켜쥔 서푼짜리 삶이 샌다

노가다판에도 초록은 우우 우거져 여름은 깊어가고

-시집 <반성하다 그만둔 날>(실천문학사)에서

김사이

1971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호남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2002년 <시평>을 통해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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