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식 정치부문 편집장
편집국에서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상표는 ‘대안 야당론’입니다. 요지는 “옛날식 강경 일변도 야당이 아니라, 싸울 때는 싸우지만 협력할 때 협력하고 대안을 세우는 야당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지난 번 이명박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은 그의 대안야당론을 본격적으로 펼쳐 보이는 첫 무대였습니다. 그는 이 대통령과 국정 동반자 관계를 선언하고 7개항의 합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허망해 보입니다. “2중대 아니냐”는 비판이 야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논란이 거세지자, 최재성 대변인은 회동 닷새 만에 “공안 탄압, 종부세 밀어붙이기 등, 최근 상황은 영수회담 합의정신과 정반대 흐름”이라고 청와대를 비난했습니다.
야당이 정책 대안을 추구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문제는 대안 모색에 치열함과 진정성이 있느냐는 점입니다. 청와대 회담에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경제 살리기에 초당적 협력을 하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핵심 경제 이슈인 종부세 문제에는 견해를 달리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어떻게 초당적 협력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대안 모색의 치열함이 부족해 보이는 사례들은 더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부가가치세 감세를 대안의 우선순위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국회 개회를 앞두고 의원 워크숍을 열어 이를 당론으로 채택했습니다.
감세정책은 한나라당이 꾸준히 주장해 온 반면에,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일정 세수 확보를 전제로 한 복지지출 확대노선을 추구했습니다. 이런 차이는 보수 대 개혁·진보 정치세력을 가르는 정체성 지표처럼 인식돼 왔습니다.
정책기조를 수정할 순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자면 기존 정책노선에 대한 엄정한 평가와 내부 논쟁을 거치는 게 상식입니다. 그럼에도 민주당 워크숍에선 감세안이 ‘정책위원회 의견’으로 보고된 가운데 이렇다 할 찬반토론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 역시 충분히 긴장해야 마땅한 일이, 긴장 없이 설렁설렁 넘어간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이 간혹 기세를 올리기도 합니다. 예컨대 추석 직전 한나라당이 추경 예산안 일방 처리를 시도하다가 벽에 부닥쳤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한나라당이 실책을 범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이 뭔가를 야무지게 잘해서 국민의 관심을 끄는 일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민주당 지지율이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면하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민주당에선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오찬회동을 계기로 모처럼 노선논쟁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마땅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좀더 치열한 논쟁을 기대합니다. 그동안 민주당에선 노선과 전략을 둘러싼 치열한 고민이 거의 없었습니다. 대선과 총선에서 잇따라 참패한 정당으로서 절치부심, 와신상담하는 자세가 필요할 터인데도 말입니다. 심지어 살아남은 사람들끼리의 ‘안온함’을 즐기는 것 같은 분위기마저 느껴집니다. 논쟁 과정에서 혹시 민주당에 참고사항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주변 독자들한테 ‘지난 몇 달 동안 기억에 남는 야당 활동’을 꼽아달라고 했더니, 이구동성으로 언론장악저지특별위원회 활동을 들더군요. 이 위원회 사람들은 정권의 한국방송, 와이티엔 장악 시도를 막아보고자 온갖 군데를 뛰어다니며 호소하고 주장했는데, 언론장악 시도는 막지 못했을지라도 자신들의 진정성만은 각인시킨 것 같습니다. 박창식 정치부문 편집장 cspcsp@hani.co.kr
민주당에선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오찬회동을 계기로 모처럼 노선논쟁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마땅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좀더 치열한 논쟁을 기대합니다. 그동안 민주당에선 노선과 전략을 둘러싼 치열한 고민이 거의 없었습니다. 대선과 총선에서 잇따라 참패한 정당으로서 절치부심, 와신상담하는 자세가 필요할 터인데도 말입니다. 심지어 살아남은 사람들끼리의 ‘안온함’을 즐기는 것 같은 분위기마저 느껴집니다. 논쟁 과정에서 혹시 민주당에 참고사항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주변 독자들한테 ‘지난 몇 달 동안 기억에 남는 야당 활동’을 꼽아달라고 했더니, 이구동성으로 언론장악저지특별위원회 활동을 들더군요. 이 위원회 사람들은 정권의 한국방송, 와이티엔 장악 시도를 막아보고자 온갖 군데를 뛰어다니며 호소하고 주장했는데, 언론장악 시도는 막지 못했을지라도 자신들의 진정성만은 각인시킨 것 같습니다. 박창식 정치부문 편집장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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