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무 스포츠부장
박주영 박지성, 그리고 박찬호 박세리 …!
요즘 한국 스포츠는 박씨들 탓에 ‘난리’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22승에 빛나는 박세리 선수가 깊은 수렁에 빠져 팬들을 안타깝게 하는 편이지만, 다른 ‘세 박씨’는 스포츠팬들에게 커다란 기쁨을 주고 있다.
국내 무대에서는 단연 박주영 선수가 관심의 초점이다. ‘천재 골잡이’ ‘거물 신인’, ‘한국의 웨인 루니’ …. 그의 이름 앞에 붙는 말들도 화려하다. 그처럼 유연하고 쉽게, 전광석화처럼 골을 성공시키는 골잡이가 근래 한국 축구에 있었던가? 올해 고려대 중퇴 뒤 프로축구 FC서울에 전격적으로 입단한 그는 2005 삼성하우젠컵대회에서 네 경기 연속골에, 아홉 경기 출장 여섯 골로 득점 공동선두에 나서는 등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그가 앞으로도 계속 큰 ‘사고’를 쳐주기를, 팬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박 선수를 둘러싼 국가대표팀과 청소년대표팀 합류 문제, 소속 프로구단의 대표팀 조기차출 반대 등으로 축구계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조 본프레레 대표팀 감독과 박주영 선수!
나란히 한국 축구 중심에 우뚝 서 있는 인물들이지만, 본프레레 ‘코드’에 일단 박 선수는 맞지 않는 것 같다. “(박주영은) 호호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선수다.” 요즘은 본프레레 감독이 이런 평가를 하지 않지만, 여전히 그의 합류 여론에는 귀기울이지 않는다. 당찬 새내기 박 선수가 지난 1일 울산 현대와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뒤, 그의 대표팀 합류론이 더욱 힘을 얻어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우즈베키스탄, 쿠웨이트 ‘죽음의 원정’에 그의 킬러 본능이 필요하다”는 축구팬들의 요구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6월3일과 8일 원정경기로 치를 우즈베크, 쿠웨이트와의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전은 한국 축구로서는 최대 고비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은 현재 2승1패(승점 6)로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2위 사우디아라비아(1승2무·승점 5), 3위 쿠웨이트(1승1무1패·승점 4)와는 언제든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박 선수가 국가대표팀에 가지 않더라도 공격수들은 많다. 안정환·이동국·차두리·설기현 …. 다들 나라 안팎에서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최종예선 세 경기에서 네 골밖에 넣지 못한 축구대표팀의 골 결정력으로는 불안한 감이 있다. 험난한 원정을 앞두고 프로무대에서 절정의 골감각을 뽐내고 있고 ‘조커’로 충분히 활용 가능한 선수를 발탁하지 않는 것은 너무 어리석은 일이다. 그를 뽑지 않아야 할 까닭이 과연 무엇일까? 아직 어리다고?
축구협회는 박 선수가 6월10일 네덜란드에서 개막되는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 주력하도록 할 생각인 모양이다. 월드컵에 이어 세계청소년대회에서도 4강 신화를 만들어 보겠다는 야심이다. 그러나 박주영 선수는 지금 안방 1경기당 평균 3만명씩 관중을 몰고 오는 프로축구 중흥의 핵이다. 또 국가대표팀의 골 결정력 부족을 풀어줄 단비가 될 수 있다. 그런 선수를 청소년대회에만 집중토록 하는 선택이 옳은 것인가? 청소년팀과 대표팀, 프로구단 셋을 한꺼번에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선순위에 따라야 한다. 박주영이 대표팀에 발탁되면 6월3일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 열흘 전인 24일께 대표팀 소집에 응하면 된다. 그러면 소속팀 FC서울의 올 시즌 정규리그(K리그) 개막전(15일)과 그 다음 경기에 출전해 팀도 불만이 없게 된다. 문제는 청소년팀에 뒤늦게 합류한다는 점일 것이다. 축구협회는 세계청소년축구대회 한 달 전 소집규정을 들어 박주영이 11일께 박성화 감독의 청소년팀에 합류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이렇게 되면 박 선수는 프로 정규리그 개막전은 물론, 최대 아홉 경기에 나가지 못한다. 본프레레호도 박주영 선수 없이 원정길에 올라야 한다. 월드컵 예선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다. 모처럼 살아난 프로축구 열기도 키워야 한다. 이런 까닭에 오로지 세계청소년대회를 위해, 프로축구까지 희생시키며, 대회 한 달 전 박 선수를 소집해 조직력 훈련을 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한다. 월드컵 예선에 박 선수를 데려가지 않으려는 것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길은 있다. 그가 대표팀에 갔다가 청소년팀에 합류해도 세계청소년대회를 치르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 축구협회의 현명한 판단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경무 스포츠부장 kkm100@hani.co.kr
축구협회는 박 선수가 6월10일 네덜란드에서 개막되는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 주력하도록 할 생각인 모양이다. 월드컵에 이어 세계청소년대회에서도 4강 신화를 만들어 보겠다는 야심이다. 그러나 박주영 선수는 지금 안방 1경기당 평균 3만명씩 관중을 몰고 오는 프로축구 중흥의 핵이다. 또 국가대표팀의 골 결정력 부족을 풀어줄 단비가 될 수 있다. 그런 선수를 청소년대회에만 집중토록 하는 선택이 옳은 것인가? 청소년팀과 대표팀, 프로구단 셋을 한꺼번에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선순위에 따라야 한다. 박주영이 대표팀에 발탁되면 6월3일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 열흘 전인 24일께 대표팀 소집에 응하면 된다. 그러면 소속팀 FC서울의 올 시즌 정규리그(K리그) 개막전(15일)과 그 다음 경기에 출전해 팀도 불만이 없게 된다. 문제는 청소년팀에 뒤늦게 합류한다는 점일 것이다. 축구협회는 세계청소년축구대회 한 달 전 소집규정을 들어 박주영이 11일께 박성화 감독의 청소년팀에 합류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이렇게 되면 박 선수는 프로 정규리그 개막전은 물론, 최대 아홉 경기에 나가지 못한다. 본프레레호도 박주영 선수 없이 원정길에 올라야 한다. 월드컵 예선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다. 모처럼 살아난 프로축구 열기도 키워야 한다. 이런 까닭에 오로지 세계청소년대회를 위해, 프로축구까지 희생시키며, 대회 한 달 전 박 선수를 소집해 조직력 훈련을 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한다. 월드컵 예선에 박 선수를 데려가지 않으려는 것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길은 있다. 그가 대표팀에 갔다가 청소년팀에 합류해도 세계청소년대회를 치르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 축구협회의 현명한 판단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경무 스포츠부장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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