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를읽고
이범씨 칼럼 ‘고교선택제로 예체능계 구원하자’ 반론
<한겨레> 4일치 이범 교육평론가의 칼럼 ‘고교선택제로 예체능계 구원하자’는 글에 대해 서울시내 예술계 특목고에 재직 중인 교사로서 이의를 제기한다.
먼저 ‘예체능계 구원’과 ‘고교선택제’가 어떻게 연관되는지 명확하지 않다. 이는 2010년부터 시행된다고 해서 쟁점이 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의 ‘고교선택제’ 를 옹호하려는 구실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범씨는 대입 정원이 15%인데 비해, 예체능계 고교 학생은 1.5%에 불과해 예체능계를 희망하는 엄청난 학생들이 결국 학원가를 찾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현재와 같이 학원 사교육의 범람은 비단 예체능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어린 초등생들에까지 전염된 망국적인 현상이라는 것은 이범씨 자신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문제가 학교 다양성이나 학교 선택제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특목고나 특성화고가 입시 명문고로 전락하고 도리어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것은 여러 조사에서 확인된 바 있다. 때문에 학교선택제를 도입하고 예체능반을 운영하자는 논리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
또한 예체능계 고교를 진학했다고 하여 학교에서 사교육이 필요 없이 완전하게 책임질 수 있는 현실도 전혀 아니다. 현재 대입제도에서 예체능계 특목고 학생들은 그야말로 실기·내신·수능 등을 포함, 사교육의 트라이앵글에 포위되어 인문계 학생들보다 몇 곱절 더 심한 중압감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따라서 인문계 고교에 예체능계반을 운영한다고 하여 학원 사교육비가 절감되고 예체능계 학생들을 구원한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체능 교육의 목적이 국어 수학 등의 과목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교육 과정을 통해 건전한 시민의식을 함양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예체능 문제를 거론하려면 거의 모든 인문계 고교에서 기존의 예체능 과목조차 제대로 운영하지 않고, 수능 과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홀대하는 현실을 먼저 개탄해야 한다. 교육과정상에 명시된 예체능 교육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상황에서 학교마다 예체능계 반을 운영한다는 것은 결국 예체능계 학원 강사들을 학교에 불러들여 학교를 학원의 분원처럼 만들게 될 뿐이다. 그렇게 된다면 같은 학교 울타리에서 이를 지도하는 교사와 배우는 학생들이 느끼는 이질감과 위화감은 어떻게 극복되는지 모르겠다.
예체능 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고교선택제로의 예체능계 구원’을 주장하기보다는 일반 인문계 고교에서 예체능 교육과정을 제대로 운영하도록 지도 감독할 필요성을 역설해야 한다. 또한 예체능계 특목고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누구나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에 먼저 힘써야 한다.
김희석 서울예고 교사
김희석 서울예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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