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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인의마을] 미꾸라지 / 이병초

등록 2009-03-01 18:39

시인의마을
찌그러진 주전자 허리에 차고
미꾸라지를 캔다 벼 벤 밑동을 파면
거기 요동치던,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아찔함을 건져 주전자에 담는다
확에 갈아 체에 받치기 전 요것들을
고무 함지에 쏟아 놓고 소금 뿌려 썩썩 문지를 때
죽을둥살둥 손에 감기던 차진 살맛이
목구멍으로 꼴깍 넘어간다 땀에 번들거리며
고닥새 해 넘어갈 틴디 집에는 언제 가냐고
고시랑고시랑 따라붙던 가시내의 손목도
주전자 속 미꾸라지같이 미끄러워서
차진 살맛이 손끝에 아찔아찔 물린다
억새밭 빠져나온 냇내가 저녁놀처럼 깔린다

-시집 <살구꽃 피고>(작가)에서

이병초 1963년 전주 출생으로 1998년 <시안>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밤비>가 있다.

현재 웅지세무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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