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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두개의 그레이트 게임에 초청되는 한국 / 정의길

등록 2009-03-08 22:25

정의길 국제부분편집장
정의길 국제부분편집장
편집국에서
지금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혼란은 21세기의 세계 지정학 판도를 뒤흔드는 사태다.

아프간과 파키스탄은 현재 미국을 필두로 러시아·중국과 인도가 중앙아시아 대륙뿐만 아니라 인도양을 놓고 격돌하는 두 가지 그레이트 게임의 핫스팟(열전 지대)이기 때문이다. 근인은 부시 전 미 행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이다. 테러와의 전쟁은 이슬람주의 세력의 테러를 잠재우기는커녕 중동의 분쟁을 본격적으로 중앙아시아와 인도양 연안으로 전파했다. 아프간에서 탈레반은 복귀했고, 여파는 파키스탄으로 번진다. 파키스탄의 북서 변경주는 이미 중앙정부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탈레바니스탄’으로 변했다. 2007년 12월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암살 이후 파키스탄에서 벌어지는 혼돈은 서방이 우려하는 ‘실패한 국가’를 떠올리게 한다.

1억7천만 인구에 핵무기까지 가진 파키스탄의 이란식 이슬람화 혹은 체제의 붕괴는 서방에는 제일의 전략 요충지인 걸프 지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 이란과 파키스탄이 있는, 걸프 지역으로 가는 연안지대의 상실을 뜻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유전지대인 중앙아시아로 접근하는 발판도 잃게 된다. 이 때문에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중동의 지정학적 개념을 아프간과 파키스탄까지 확장하는 대중동 개념을 도입하며, 아프간전과 파키스탄 정책을 최우선 외교과제로 설정했다. 부시 정권이 벌여놓은 이라크전과 이른바 ‘악의 축’ 나라들과의 대결을 서둘러 봉합하면서도, 아프간전에는 미군 증파를 결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 탈레반과의 대화까지 밝히는 코페르니쿠스적 정책 전환도 시사했다.

신흥 열강인 중국과 인도도 이 그레이트 게임에 참여해, 경기장을 인도양 전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중국은 석유의 85%를 인도양을 거쳐 수입하며, 인도는 90%를 걸프 지역에서 가져온다. 이미 4대 해군력을 갖고 있는 두 나라는 앞다퉈 인도양에서 해군력을 증강하는 한편, 서남아로 통하는 에너지원 육로 통행로도 확보하려 한다.

올해부터 이란과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계약을 맺은 인도는 이란에서 파키스탄을 거쳐 자국으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미얀마와도 군사·경제 협력을 확장해, 이란-파키스탄-미얀마로 이어지는 육상 에너지 수송로를 구상하고 있다. 중국도 파키스탄의 과다르항 개발에 나서, 이곳에서 중국 서부 내륙까지 파이프라인과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는 한편, 스리랑카·방글라데시의 치타공, 미얀마 등 인도양 연안을 따라 거점항구를 확보하는 ‘진주 목걸이’ 전략을 채택했다. 특히 중국은 미얀마에서 중국 내륙으로 이어지는 육로와 말레이 반도의 크라 지협에 운하를 뚫는 구상을 타이와 협상중이다.

아프간과 파키스탄의 운명에 따라 이 그레이트 게임의 향방도 격변할 것이다. 부시가 좋아했던 지정학자 로버트 캐플런은 최근 <포린 어페어스>에서 인도양이 21세기의 중심무대라며, 미국은 인도양 연안에서 중국과 인도까지 포함하는 인도양판 나토를 통해 안보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말리아의 해적 소탕이 그 단초라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도 문무대왕함을 소말리아 해역에 파견했다. 또 오바마 행정부로부터 아프간전에 대한 기여를 다시 요청받을 것이다. 북핵 문제에 무력한 이명박 정부가 21세기의 세계 지정학 판도를 짜는 그레이트 게임에는 과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의길 국제부분편집장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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