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상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
기고
정부는 비사업용 토지와 다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폐지한다고 발표하였다. 쉽게 이야기하면 양도소득도 일반소득과 동일한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법안은 국회 의결 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3월16일부터 소급해서 적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번 조처의 목적은 ‘시장을 정상화’하는 데 있다고 한다. 불로소득과 노력소득을 구분하지 않아야 시장이 정상화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시장경제의 전제는 사유재산제이고, 사유재산제는 노력과 기여의 대가를 소유하도록 해주는 제도다. 그러므로 불로소득과 노력소득을 동등하게 보장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전제에 어긋난다. 그뿐만이 아니다. 불로소득을 방치하면 경제에 해가 된다. 생산 부문에 흘러들어가야 할 자금이 엉뚱하게 불로소득 추구로 몰리기 때문이다. 불로소득에 대한 세금은 무겁게 매겨야만 시장이 경제를 살린다.
그런데 정부의 생각에도, 굳이 찾자면 긍정적인 점이 하나 있다. 양도소득세는 시장 작용에 지장을 주는 세금이라는 점이다. 양도소득세는 부동산을 매각할 때 차익에 부과하는 세금이므로 부동산을 안 팔면 세금도 안 낸다. 또 부동산을 매각하고 양도소득세를 납부하면 그 잔액으로는 같은 부동산을 매입할 수 없다.(이 때문에 대부분의 1가구 1주택에 대해서는 부득이 면세를 해 준다.) 또 시간이 지나다 보면 부동산 경기가 좋아져서 불로소득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런 사정으로 부동산 소유자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팔지 않고 버티려고 한다. 그래서 양도소득세는 시장의 공급 물량을 줄이는 부작용, 즉 ‘동결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불로소득을 없애면서 양도소득세의 부작용도 피할 방법은 없을까? 있다. 무슨 기발한 방법도 아니고 모든 교과서에 ‘좋은 세금’으로 잘 소개되어 있는 방법이다. 바로 부동산 보유세다. 더 정확하게 하자면 부동산 전체가 아니라 토지에 대한 보유세다. 부동산 중에서 불로소득의 원천은 건물이 아니라 토지이며, 건물에까지 과세하면 건물 공급이 위축되기 때문이다.
토지보유세는 단순한 부동산 대책에 그치지 않는다. 세금에도 종류가 많지만 크게 보면 경제에 지장을 주는 세금과 그렇지 않은 세금이 있다.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대부분의 세금은 소득과 생산과 유통을 위축시키므로 경제에 짐이 된다. 반면, 토지보유세를 매겨도 토지의 존재량이 줄어들지 않고 토지이용이나 거래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더구나 토지를 제대로 이용하지 않으면 보유세만큼 손실을 입기 때문에 토지소유자는 토지 이용도를 높이거나 아니면 매각하게 된다. 즉 토지보유세는 토지의 유휴화를 막고 공급을 늘리는 적극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장을 정상화하고 경제를 살리려면 부작용이 있는 세금은 내리고 토지보유세는 올려야 한다. 단기간에 완벽하게는 못 하더라도 적어도 그 방향으로는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한국형 토지보유세라고 할 수 있는 종합부동산세를 무력화시키더니, 이제는 실수요와 무관한 부동산까지도 양도소득세를 축소하고 있다.
정부가 이렇게 말과 내용이 다른 정책을 펴니까 ‘시장 정상화’라는 말은 ‘부자 퍼주기’의 다른 표현으로 들리고, 정부가 추구한다는 ‘시장경제’는 약육강식하는 ‘정글’의 다른 표현으로 들리는 것이다. 공기업 ‘민영화’를 ‘선진화’라 하고 ‘대운하’를 ‘4대강 정비’라 하더니 말 바꿔치기가 버릇이 되고 말았나?
김윤상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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