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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잘못된 개입 / 김종철

등록 2009-03-22 21:55

김종철 정치부문 편집장
김종철 정치부문 편집장
편집국에서
북한이 뭐라고 주장하든 다음달 초 무수단리에서 발사될 것이 확실한 물체가 장거리 탄도 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북한 주장대로 비록 ‘인공지구위성’(광명성 2호)이라고 하더라도 우주과학적 의미보다는 군사적 의미가 훨씬 강하다. 위성 대신에 탄두를 로켓에 실으면 바로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한이 로켓을 쏘면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참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미사일 개발이 확실한 만큼 국제공조로 대량살상 무기의 수출을 막겠다는 뜻이다. 이것이 이명박 정부의 ‘글로벌 코리아’ 철학에도 맞는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우리 나름의 북한에 대한 압박이다.

대북 압박이 통할지는 둘째치고, 우리 정부의 피에스아이 참가 운운은 뜬금없다. 북한의 ‘인공지구위성’이 우리와 무관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는 북-미간에 풀어야 할 현안이다. 미국 서부에까지 닿을 수 있어,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또, 정확도가 떨어질지언정 북한이 미사일 기술을 다른 ‘불량국가’들에 팔 경우에는 미국의 세계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북한이 ‘인공지구위성’으로 노리는 지점은 정확히 여기다. 미국한테 제발 나 좀 말려 달라는 요구다. 물론 대가는 정권 안보와 돈이다. 이 두 가지는 미국만이 담보할 수 있는 것으로 주민들에게 약속한 ‘2012년 강성대국’을 여는 관건이다.

하지만, 미국 오바마 정부는 경제 위기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문제에 바빠 북한 문제를 뒷순위에 두고 있다. 갈 길은 멀고 시간은 없는 북으로서는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후계자를 논의하기도 전에 ‘최고 지도자’의 건강 문제까지 터졌다. 이런 상황에서 핵과의 결합상품인 장거리 미사일은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빨리 끌어낼 수 있는 벼랑 끝 카드다. 1998년 대포동 1호 미사일 발사 때도 미국과의 줄다리기 끝에 연간 10억달러의 지원과 조-미 공동코뮈니케를 끌어낸 바 있다. 이번에도 북-미간 협상이 불가피하다.

미국을 겨냥한 사안에 우리가 왜 끼어드는 걸까. 장차 북-미 협상에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을지 모른다. 동맹국에 힘을 실어주자는 생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분명 이익보다는 손해가 큰 카드다. 당장 북한의 반발로 그렇잖아도 악화 일로에 있는 남북 관계는 곧바로 위기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 우리 군이 실제로 북한의 선박 검색을 할 경우 불똥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때문에 한반도 안정을 바라는 미국이 우리 정부의 방침을 달가워할지도 의문이다.

피에스아이 확대 방침은 대화 추구 등 남북 관계 개선을 모색해 오던 이명박 정부의 최근 흐름과도 어긋난다. 3·1절 경축사에서 이 대통령은 “남북간의 합의 사항을 존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취임 후 줄곧 북한에 대화를 촉구해 왔다. 대화 모색과 피에스아이 참여 확대는 모순이다.

이전 정권의 정책을 뒤집는 게 능사가 아니다. 피에스아이에 옵서버로만 참가하기로 한 노무현 정부의 결정은 ‘대북 퍼주기 정책의 일환’이 아니라 분단 상황과 미국, 중국 등 주변국들과의 관계 등을 고려한 결과였다.


2006년 북한의 핵실험 이후 피에스아이 전면 참여론이 거세졌을 때다. 한나라당의 안보 전문가인 정형근 당시 의원은 “피에스아이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도록 신중히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지금 결론이 바뀌어야 할 까닭이 없다. 안보 문제만은 냉철하고 현명해야 한다.

김종철 정치부문 편집장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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