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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언론통제’ 그 위험한 질주 / 강성만

등록 2009-03-29 21:32

강성만 여론미디어팀장
강성만 여론미디어팀장
편집국에서
기자 1명이 구속됐고 피디 1명은 체포된 뒤 풀려났습니다. 다른 피디 3명과 작가 2명은 체포를 피해 방송국에 머물고 있습니다. 언론인 구속 사태는 1999년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세상사를 삐딱한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언론인의 직업적 습성입니다. 사회가 합의한 원칙과 잣대를 들이대며 요모조모 따집니다. 사회는 언론인에게 이 부담스런 과제를 숙명처럼 내주었습니다. 사회 구성원들은 기자들의 이런 역할이 자신들의 이익과 직결된다는 믿음을 나누고 있습니다.

군사독재 시절 신문과 방송은 입을 다물고 정권의 눈치만 보았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같은 이름의 신문과 방송사는 물론 인터넷 매체와 블로거 등 1인 미디어까지, 자신들의 관점과 판단을 내세워 할 말을 합니다. 이 촘촘한 비판의 경연장은 세상이 올바르게 나아가는 데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는 그 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민감한 지표입니다. 민주주의 역사가 오랜 영국에는 공영방송의 모델 격인 <비비시>(BBC)가 있고 색깔이 조금 다른 신문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미국 매체들도 상업적 성격이 강하지만 경영과 편집의 분리 원칙이 꽤 단단하게 지켜지면서 권력 감시견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민주화 이후 우리 언론도 비판자로서 자기 정체성을 담금질해 가고 있습니다. 지난 정권에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가차없는 비판을 보면서 국민은 언론의 자유를 실감했습니다.

모두에게 이로운 이 비판의 자유가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많은 기자와 피디, 그리고 언론학자들이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검찰의 피디수첩 강제수사를 보면서 이런 의구심은 더욱 커집니다. 권력자에 대한 비판·감시는 사회가 언론에 부여한 책무입니다. 이 때문에 언론 문화가 성숙한 나라들은 권력자에 대한 언론의 명예훼손을 매우 엄격히 적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책 비판의 경우, 명예훼손이 인정되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게 ‘국경 없는 기자회’ 쪽의 설명입니다. 피디수첩 때문에 명예가 훼손됐다는 공직자는 자신이 도장을 찍은 한-미 쇠고기 협상 때문에 장관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대통령도 협상의 문제점을 인정하며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이런 정책 실패를 들춘 프로그램 제작진을 실패의 주역이 처벌해 달라고 고소하고 검찰은 수사팀까지 바꿔 가며 강제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피디수첩의 문제제기 이후 번져나간 촛불시위에 놀란 이명박 정부는 미국 정부와 다시 협상을 벌여 한국에 불리한 조항을 일부 바꾸기도 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당시 협상에 비판적이었던 언론 보도는 공익 보도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정 때문일까요? 잇따른 언론인 구속·체포 사태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습니다. 이 정부 출범 뒤 집요하게 이뤄지고 있는 ‘언론 장악’의 한 갈래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현 정부는 상식을 배반하는 일을 서슴없이 저지르면서 방송을 손아귀에 넣으려 하고 있습니다. 방송 뉴스가 예전의 날카로움을 잃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조금 더 밀어붙이면 ‘방송 장악’의 꿈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언론인이 입을 다물면 국민이 험한 꼴을 봅니다. 언론의 자유가 만개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를 살피면 그 답이 나옵니다. 기자와 피디를 순치시키고 ‘족벌신문’인 조·중·동과 재벌에 지상파까지 넘겨 완벽하게 방송을 장악하려는 현 정권의 위험한 질주에 국민이 나서서 제동을 걸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강성만 여론미디어팀장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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