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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인의마을] 맞먹는 산 / 천수호

등록 2009-05-17 21:10

시인의마을

눈뜨면 맞먹는 산이 있다

10층에 사는 나와 맞먹는 산

그 산은 내 동쪽에 있다

아침 햇살이 산 능선을 올라설 때

제 속을 다 잠재워 평평해지는 산

내가 바깥보다 어두워질 때

나무며 돌을 재채기처럼 튕겨 내어


캄캄, 얼굴 붉히는 산

같이 어두워지거나 같이 밝아지는 것은

맞먹는 게 아닌 것,

내가 불 밝힌 밤이면

조용히 방석을 바꿔 가면서

나와 면벽하는 산

한 번도 오른 적 없어, 겁 없이 맞먹는

- 시집 <아주 붉은 현기증>(민음사)에서

천수호

1964년 경북 경산에서 태어났다.

명지대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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