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에 연재중인 정경모 선생의 글을 관심 깊게 읽고 있다. 일제 말과 해방 전후 현대사에 얽힌 이야기가 생동감 있게 전개되어 현대사를 연구하는 처지에서 많은 도움을 받는다. 정경모 선생은 연재 글에서도 나타나듯이 고난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부딪히며 올곧게 살아오신 귀한 분이다. 1980년대 출간되었던 저서 <찢겨진 산하>가 최근 ‘한겨레출판’에서 재간행되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7월2일치(연재 43회)에 실린 “미 CIA 돈 받은 ‘사상계’ 반독재 정론지로”를 읽고는 깜짝 놀랐다. 정 선생께서 <사상계> 창간 과정을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서다. 필자는 최근 <장준하 평전>을 쓰면서 그의 생애, 특히 <사상계>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자료를 볼 수 있었다.
정 선생은 이 글에서 “<사상계>의 창간호가 피란 수도 부산에서 나온 것이 53년 4월이었는데, 약간 의외일지 모르겠으나 잡지를 만든 자금의 출처는 부산 미공보원(USIS)이었소이다. 그러니 반독재 운동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사상계>가 말하자면 미 중앙정보국(CIA)의 대변지로 발족했다 해도 과언은 아니겠지요.”라고 썼다.
이는 사실과 크게 다르다. <사상계>의 전신인 <사상>은 6·25 전란기인 1952년 부산에서 문교부 산하 국민사상연구원의 기관지로서 9월호를 창간호로 하여 발행되었다. 장준하 선생은 사상연구원의 책임자로 <사상>의 편집을 맡고 있었다.
<사상> 3000부를 찍어 시중에 배포했을 때 미국 공보원(USIS)의 문정관 부르노 씨가 찾아와 전란기에 수준 높은 잡지를 만들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 공보원이 지원하겠다고 약속, 2000부씩을 사 주었다. 그런데 미국 공보원이 구입한 잡지를 무상으로 각 기관에 배포하여 무가지라는 인식이 들면서 <사상>이 반품 사태를 맞게 되면서 제3호부터는 용지로 지원해주었다.
<사상>이 경영난으로 통권 4호(1952년 12월호)로 문을 닫게 되자 장준하 선생은 개인잡지 <사상계>를 발간하게 되었다. 문교부 장관에서 퇴임한 백낙준 박사가 보태준 얼마간의 용전(用錢 - 장준하 표현)과 부인의 옷가지를 팔아 제작비에 충당했다.
당시 미국 공보원에서는 그들의 전후 대한복구사업으로 한국에서 발간되고 있는 여러 잡지와 간행물 심지어 신문이나 일반 단행본 출판에도 상당한 용지를 지원하고 있었다. 용지는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해서 쓰고 있던 시절이었다.
미국 공보원이 전후 복구사업으로, 그것도 일간신문을 비롯하여 교과서와 모든 간행물에 용지를 지원한 것을 두고 “미 CIA 돈 받은 사상계”라는 표현은 자칫 장준하 선생과 50~60년대 한국의 대표적인 지성지이며 반독재 이론지였던 <사상계>에 대해 오해할 소지가 있을 듯하여 그 전말을 바로잡고자 한다.
정 선생은 또 이 글의 중간 부문에서 “미국은 미국대로 장준하는 장준하대로 이승만을 밀어내야 할 필요를 느꼈던 만큼 자연스럽게 손을 잡게 됐고, <사상계>의 발행이 시작된 것이었소이다.”라고 하여 마치 장준하가 미국과 손잡고 반이승만 전선을 형성하고 <사상계>가 그 매체 구실을 한 것처럼 썼다. 지나친 비약이고 근거 없는 주장이다. 김삼웅 <장준하 평전> 저자
정 선생은 또 이 글의 중간 부문에서 “미국은 미국대로 장준하는 장준하대로 이승만을 밀어내야 할 필요를 느꼈던 만큼 자연스럽게 손을 잡게 됐고, <사상계>의 발행이 시작된 것이었소이다.”라고 하여 마치 장준하가 미국과 손잡고 반이승만 전선을 형성하고 <사상계>가 그 매체 구실을 한 것처럼 썼다. 지나친 비약이고 근거 없는 주장이다. 김삼웅 <장준하 평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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