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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일자리 공약 어디로 갔나 / 박순빈

등록 2009-07-29 20:46

박순빈  경제부문 편집장
박순빈 경제부문 편집장
요즘 대기업들이 발표하는 올해 2분기 경영 실적은 깜짝 놀랄 수준이다. 외신들도 삼성전자, 엘지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실적에 감탄한다. 전세계가 아직 불황에 빠져 있는데도 매출과 이익 증가세가 두드러진 까닭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경기침체 이전인 지난해 2분기보다 12%, 5%씩 늘었다. 증권가에선 앞으로도 이런 실적 호전세가 이어진다고 전망한다. 주가는 역대 최고가를 넘보고 있다.

이처럼 우리 경제의 주력 대기업들은 푸짐한 실적 잔치를 벌이는데, 서민들 살림살이는 여전히 고달프다. 곧 나아질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이전에는 수출 대기업들이 호황을 누리면, 서민들도 흥청망청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기업 따로, 서민 따로다. 왜 그런지, 삼성전자 실적을 뜯어보면 이해의 단서가 나온다.

삼성전자의 실적 호전은 대부분 제품과 마케팅 경쟁력이 높아진 결과이지만, 비용절감 효과도 만만치 않다. 납품업체들한테 주는 비용이나 인건비를 줄였다. 납품단가 인하는, 짐작만 있지 수치로 확인할 길이 없다. 인건비 절감은 직원 수 증감으로 파악된다. 사업보고서에는, 아니나 다를까 지난 1년간(2008년4월~2009년3월) 삼성전자 직원 수가 2328명 준 것으로 돼 있다. 2년 전, 3년 전 직원 수에 견주면 감원 규모는 더 커진다.

서민한테 일자리는 생명줄이다. 삼성전자 같은 좋은 직장의 일자리가 늘어야 국민경제가 살찐다. 그런데 ‘잘나간다’는 삼성전자조차 해마다 수백, 수천명씩 일자리를 줄이는 마당에 어떻게 서민경제가 살아날 수 있겠나. 삼성 쪽에서는 이런 지적을 너무 단편적이라고 반박한다. 대기업은 실적 호전의 직간접 파급 영향을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령 수많은 거래업체들의 매출 증가와 그에 따른 고용 창출 효과까지 감안하라는 것이다. 이치로는 맞는 듯하지만, 최근 몇 년간 고용시장 현실은 삼성 주장과 반대다. 수출 대기업들의 매출과 이익이 늘어도 고용 개선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떤 업종에서는 기업 실적과 고용 효과는 반비례한다. 설비자동화로 사람 일을 기계가 대신하는 경우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해마다 평균 50만개씩, 5년 안에 600만개’의 일자리 증가를 약속했다. 말만 들어도 달콤하다. 연간 50만개씩이면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인구 약 30만명은 다 취직하고, 기존 실업자는 물론 정년 퇴임한 건강한 노인, 집안일만 해온 여성들에게까지 풍부하게 새 인생의 기회를 주는 셈이다. 그러나 지금까진 약속대로 일자리가 늘지 못했다. 괜찮은 일자리는 되레 줄고, 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불안한 단기 일자리만 늘었다. 올해 6월 제조업 취업자 수는 2007년 6월에 견줘 30만4000명 줄었다. 1주일에 일하는 시간이 36시간을 밑도는 취업자 수는 47만2000명 늘었다. 29살 미만의 청년실업자는 32만8000명이 늘고, 직장 구하기를 포기한 ‘구직 단념자’나 그냥 ‘쉬었다’는 비경제활동인구가 15만6000명이나 더 생겼다. 적어도 고용성적표로는, ‘경제 대통령’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가 ‘경제를 망쳤다’고 비판한 참여 정부보다 한참 뒤진다.

물론 갑자기 나빠진 외부 환경을 탓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정부는 국내 경제를 다스리는 데서도 고용 친화적이지 않았다. 공공기관 일자리 13%를 줄이기로 한 것이 단적인 증거다. 이 대통령은 지금부터라도 대선 때 내세운 일자리 공약을 지키려는 시늉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의지만 있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정 어려울 것 같으면 다니시면서 이런 유행어라도 퍼뜨려 달라.

‘문제는 일자리야! 이것들아~.’

박순빈 경제부문 편집장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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