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가시나무가 거기 있었다 생선 널어 말리기 제일로 좋은 호랑가시나무에 나도 가자미처럼 알몸 찔렸었다 함께 간 너에게 찔려 햇살 따가운 진종일을 거기 널려 있었다 꾸들꾸들해지는 온몸이 옥죄이지도 않고 개운했던 까닭은 너에게 찔렸다는 상징 때문이었으리라 실체보다 강한 상징이 있다 그림자가 더 무섭다는 걸 알게 된 연후에야 사랑할 자격이 있다 하겠다 깨어진 유리창 너머론 스며드는 파도 소리가 또한 진종일 낡은 풍금의 페달을 밟았다 파도 소리가 싸악 지나갈 때마다 하얗게 소리의 살결을 배앝았다 소리의 살결들도 호랑가시나무 네게 깊게 찔려서 개운하게 날이 저물었다 -시집 <공기는 내 사랑>(책만드는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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