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시인의마을] 그 바닷가 폐교에서 만나고 온 호랑가시나무의 추억 / 정진규

등록 2009-09-27 18:25





호랑가시나무가 거기 있었다 생선 널어 말리기 제일로 좋은 호랑가시나무에 나도 가자미처럼 알몸 찔렸었다 함께 간 너에게 찔려 햇살 따가운 진종일을 거기 널려 있었다 꾸들꾸들해지는 온몸이 옥죄이지도 않고 개운했던 까닭은 너에게 찔렸다는 상징 때문이었으리라 실체보다 강한 상징이 있다 그림자가 더 무섭다는 걸 알게 된 연후에야 사랑할 자격이 있다 하겠다 깨어진 유리창 너머론 스며드는 파도 소리가 또한 진종일 낡은 풍금의 페달을 밟았다 파도 소리가 싸악 지나갈 때마다 하얗게 소리의 살결을 배앝았다 소리의 살결들도 호랑가시나무 네게 깊게 찔려서 개운하게 날이 저물었다

-시집 <공기는 내 사랑>(책만드는집)에서

정진규

1939년 경기 안성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6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에 <마른 수수깡의 평화> <유한의 빗장> <껍질> 등이 있다.

한국시인협회상, 월탄문학상, 대한민국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한국시인협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현대시학> 주간을 맡고 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