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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의창] 이란은 어디로 가고 있나 / 파르진 바흐다트

등록 2009-10-07 21:50

파르진 바흐다트  뉴욕 배서대 연구교수
파르진 바흐다트 뉴욕 배서대 연구교수
최근 매일같이 이란의 국내정치에 관한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소식을 접한다. 이란의 아마디네자드 정부는 지난 8월 전직 고위 관리와 저명 언론인, 정치인들을 서방 세력과 연계해 정부 전복을 노린 ‘벨벳 혁명’을 시도했다는 혐의로 기소하고 공개재판을 시작했다. 이런 식의 재판과 강요된 자백이 진실하다고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런데 피고인 대다수가 여전히 감금돼 바깥세계와 연락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재판이 중단됐다. 재판은 텔레비전을 통해 지난주에야 재개됐지만 이번엔 피고의 얼굴도 이름도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달 초 재판이 갑자기 중단된 직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개혁파 정치인들이 대선 불복 시위나 외세의 개입과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며 그들을 체포할 가능성을 거둬들였다. 하지만 하메네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개혁파 지도자들에 대해 이란이슬람공화국을 전복하려 한다고 비난하며 다시 체포하겠다고 위협을 했다.

얼마 전 거리시위 도중 체포된 구금자들이 학대를 받았다는 끔찍한 소식이 폭로됐다. 야권 단일후보를 위해 대선 출마를 포기했던 메디 카루비 전 대통령 쪽에서 수집한 고문, 성폭행 등의 증거들은 특히 종교적 윤리를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가증스런 범죄들이었다. 이란 정부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릴 수밖에 없었다. 당시 이란 국영 텔레비전 방송은 몇몇 학대 사례를 인정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겠다고 약속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도 궁극적인 책임은 개혁파 정치인들에게 돌렸다. 지난주 진상조사위는 수감시설에서 학대 행위가 이뤄진 증거가 없다며, 카루비를 허위고발 혐의로 처벌할 것을 권고했다. 이란 정부는 또 이슬람 성월(聖月)인 라마단 기간 동안의 대다수 대중 행사들을 금지했다.

이 모든 일들은 이란의 현 정부가 매우 취약하고 또 두려움에 빠져 있으며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곤경에 빠진 정권은 변덕스럽고 비이성적이며 모순된 행동을 한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축출된 팔레비 왕조도 매우 유사한 행태를 보였다.

이란의 현 정권은 불확실한 처지를 다잡기 위해 네 가지 조처를 취하고 있다. 첫째, 고위급 반정부 인사들을 투옥하고 재판에 넘겼다. 둘째, 개혁파 진영의 신문 발행을 금지하고 웹사이트를 폐쇄했다. 셋째, 합법적인 정당들을 폐쇄하고 신당 창당도 금지하고 있다. 넷째, 각 대학의 교직원과 학생, 심지어 교과과정까지 통제하고 있다. 최근 이란 정부와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이란 내 대학들이 가르치고 있는 인문·사회과학이 종교적 신앙심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저해한다고 비난했다.

한편 1979년 이란 혁명 직후 창설된 혁명수비대는 지난 6월 대선의 기획과 집행, 개혁파 정치인들과 시위대 탄압 및 재판 등 모든 분야에서 눈에 띄게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전통적으로 혁명수비대는 정치 참여가 억제됐다. 그러나 1997~2005년 개혁파 성향의 하타미 정부가 집권하자, 보수파인 최고지도자가 혁명수비대의 정치 개입을 용인했다. 그 결과 혁명수비대 출신의 아마디네자드가 최고지도자에 의해 2005년 대통령으로 추인받아 지금에 이르렀다. 이제 혁명수비대는 전 사령관인 아마디네자드의 비호 아래 정치세력으로 떠올랐다. 현재 이란은 혁명수비대의 군인들과 강력한 신학자 그룹의 동맹이 통치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이란 운명의 돌파구를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국내 상황과 서방과의 극단적인 갈등을 고려할 때, 이란이 향후 수개월에서 수년간 국제사회에서 험난한 시기를 겪을 것이란 점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파르진 바흐다트 뉴욕 배서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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